[책마을] 1만4840쪽으로 담아낸 '韓대표 지성인' 이어령
지난해 2월 세상을 떠난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사진)의 전집이 출간됐다. 그는 노태우 정부에서 신설된 문화부의 초대 장관을 지냈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인으로 평가받았다.

타계 1주기를 맞아 이어령 전집을 내놓은 출판사 21세기북스는 17일 “이어령 교수는 20대 초반 문단에 데뷔해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지식의 최전선에서 오로지 글로서 싸웠다”며 “여러 세대 독자에게 오랜 시절 사랑받고 있는 그의 작품을 꼼꼼히 확인해 오류를 바로잡고 중복 게재된 내용을 정리해 출간했다”고 밝혔다. 이어령 교수는 서울올림픽 개·폐회식 기획위원, 새천년준비위원장,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 등을 지냈다. 2021년 한국문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예술 발전 유공자로 선정돼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책마을] 1만4840쪽으로 담아낸 '韓대표 지성인' 이어령
이어령 전집은 모두 24권으로 이뤄졌으며 전체 분량은 1만4840쪽에 이른다. 에센셜(5권), 베스트셀러(5권), 크리에이티브(2권), 아카데믹(4권), 사회문화론(4권), 한국문화론(4권) 등 여섯 가지 컬렉션으로 분류됐다. 에센셜 컬렉션은 <축소지향형 일본인> 등 이어령의 탁견을 접할 수 있는 작품을 소개한다. 베스트 컬렉션(5권)에서는 대표작을 주로 담았다. <젊은이여 한국을 이야기하자> 등이다.

크리에이티브 컬렉션은 작가로서 이어령의 모습에 집중했고, 아카데믹 컬렉션은 문학에 대한 마음을 주로 전한다. 그는 1956년 서울대를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국일보에 ‘우상의 파괴’라는 평론을 기고해 주목받았다. 30대 젊은 문학평론가 이어령은 1972년 10월 문예지 ‘문학사상’ 창간호에 “문단의 문학을 철저히 파괴해 만인의 문학이 될 수 있게 하겠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권영민 서울대 명예교수는 전집 추천사에서 “이어령 선생이 자랑해온 우리 언어와 창조의 힘, 우리 문화와 자유의 가치, 그리고 우리 모두의 상생과 생명의 의미는 이제 한국문화사의 빛나는 기록이 됐다”고 밝혔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