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음악감독 퇴임해도 수석 객원지휘자로 시즌 오프닝·유럽투어
'지휘 거장' 무티, 시카고 심포니 얼굴 역할 당분간 계속
미국의 대표적인 교향악단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CSO)를 13년째 이끌고 있는 '지휘 거장' 리카르도 무티(81)가 오는 6월 공식 퇴임한 이후에도 당분간 'CSO 얼굴' 역할을 계속할 예정이다.

CSO 운영 주체인 CSOA(The CSO Association)는 15일(현지시간) 2023-2024 시즌 일정을 공개하면서 "오는 6월 CSO의 10번째 음악감독직에서 공식 퇴임하는 무티가 CSO와 새로운 관계를 맺고 2023-2024 시즌을 열 것"이라고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무티는 퇴임 후 CSO의 '수석 객원 지휘자'로서 오는 9월 시작되는 2023-2024 시즌의 첫 정기공연 일정과 미국 및 유럽 순회공연 일정을 책임질 계획이다.

CSO는 이들 공연을 위해 시카고대학 출신의 미국 현대음악 작곡가 필립 글래스(86)에게 곡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작품명은 '트라이엄프 오브 디 옥타곤'(The Triumph of the Octagon). 이탈리아 남부에 서 있는 13세기 중세시대 건축물인 8각형의 성 '카스텔 델 몬테'(Castel del Monte)에서 영감을 받아 지어졌다.

이탈리아 나폴리 출신 무티가 CSO와 함께 보낸 13년을 축하하는 취지다.

글래스는 시카고 심포니 센터 내 무티의 탈의실에 걸린 '카스텔 델 몬테' 성 사진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작년 2월 무티와 이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영감을 얻었다고 CSOA 측은 전했다.

무티와 CSO는 오는 9월 28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2023-2024 시즌 첫 정기 공연에서 '트라이엄프 디 옥타곤'을 초연한 후 내년 1월 유럽 7개국 11개 도시를 돌며 진행할 순회공연에서 이 곡과 함께 플로렌스 프라이스 교향곡 3번을 선보일 예정이다.

세계 최정상급 지휘자로 일컬어지는 무티는 2008년 CSO 음악감독직을 수락하고 2010년 9월 취임했다.

재계약과 계약연장을 통해 애초 2021-2022 시즌까지 음악감독직을 수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대부분의 공연이 취소된 것을 감안해 임기를 한 차례 더 연장했다.

앞서 무티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라 스칼라 오페라 하우스'의 음악감독(1986~2005)을 지내고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등을 이끌었다.

CSOA는 무티가 CSO의 국제적 명성에 걸맞을 뿐 아니라 투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실제로 무티 취임 이후 CSO는 기부금과 입장권 판매 수익이 연속 상승하면서 재정 기반을 공고히 다졌다.

무티 후임이 누가 될지에 클래식 음악계의 관심이 집중돼있으나 CSO는 인선과 관련해 아직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한편 음악전문지 '시카고클래식리뷰'(CCR)는 피츠버그 심포니 음악감독 만프레드 호넥(65), 체코 출신 신예 야쿠브 흐루샤(41), 핀란드 출신 수재너 말키(53), 볼티모어 심포니 상임지휘자 마린 알솝(66)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