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히잡 쓴 얼굴 척척 인식"…사우디도 인정한 생체보안 강자
“챗GPT라는 거대 인공지능(AI)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AI 기술이 효과를 가장 빨리 보여줄 수 있는 영역이 얼굴과 지문을 인식하는 바이오메트릭스(생체인증)입니다.”

바이오인식 보안기기 전문 제조기업 슈프리마그룹의 이재원 회장(사진)은 15일 경기 성남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최근 열풍인 챗GPT로 말문을 열었다. 챗GPT에 쓰인 AI와 슈프리마의 얼굴인식 솔루션인 ‘바이오스테이션3’에 사용되는 AI 모두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학습한 결과라는 공통점이 있어서다.

이 회장은 “얼굴인식 기술만 해도 최근 2~3년 새 큰 변화가 있었다”며 “과거에는 전통적인 수학 모델을 쓴 까닭에 고도의 수학 실력이 필요했지만 이젠 딥러닝(심층학습) 기반의 AI 기술을 활용해 수많은 데이터베이스를 AI에 학습시킨다”고 설명했다. 슈프리마도 인식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마스크를 쓴 얼굴과 히잡을 착용한 모습, 밝기에 따른 얼굴 차이, 역광이 될 때 등 다양한 상황을 구별할 수 있게 설계했다.

"마스크·히잡 쓴 얼굴 척척 인식"…사우디도 인정한 생체보안 강자
차이점도 있다. 바이오스테이션은 챗GPT와는 달리 ‘에지 디바이스’(데이터를 발생시키는 기기)다. 챗GPT는 큰 클라우드 서버에서 돌아가지만 생체인식 기술은 같은 학습량이더라도 작은 기기 안에서 돌아가야 한다. 이 회장은 “상당히 가벼운 AI 네트워크를 장착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데 그것을 극복했고, 기술 개발 끝에 얼굴인식 기능을 구현했다”며 웃어 보였다.

2000년 설립된 슈프리마는 바이오인식 보안 분야 세계 1위를 다투는 글로벌 강소기업이다. 지문, 얼굴, 모바일카드 등 다양한 인증 수단으로 기업의 근태 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17일 출시 예정인 삼성전자 갤럭시S23를 포함해 전 세계 3억 대 이상의 스마트폰에 이 회사 지문인식 시스템이 들어갔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추진하는 ‘네옴시티’ 주택단지 출입 통제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바이오스테이션3를 네옴시티에 적용하고자 설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슈프리마그룹은 슈프리마, 슈프리마아이디, 슈프리마에이치큐 세 개 회사로 나뉘어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슈프리마가 주요 사업체라면 아이디는 공공부문에, 에이치큐는 지주회사 겸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슈프리마그룹은 2021년 매출 984억원, 영업이익 23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엔 전년 대비 적잖은 폭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었을 것으로 증권가는 추정하고 있다. 연초 2만1000원 선이던 주가는 최근 2만4000원대로 상승했다.

슈프리마는 물리보안과 스마트폰 두 가지 시장을 타깃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 회장은 “출입국 관리나 인구조사 사업 등에서 생체 인증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아프리카와 중동, 남미 등에서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공정한 선거를 위한 본인 인증 관련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