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맺어준 인연" 이날 하르키우서 군인과 연인 결혼식
"좋을 때나 나쁠 때나"…우크라에도 찾아온 '해피 밸런타인데이'
러시아의 침공으로 1년 가까이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에도 '연인의 날' 밸런타인데이는 찾아왔다.

AFP 통신은 14일(현지시간)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전쟁 중에도 사랑의 결실을 본 우크라이나 군인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우크라이나군 소속 올레그 시트니크(27)는 이날 연인 이울리아 네스테르초바(18)와 동북부 하르키우주(州)에서 웨딩 마치를 울렸다.

결혼식은 시트니크의 전우를 비롯한 소수의 하객이 참석한 가운데 시청에서 열렸다.

화려하지는 않았으나, 밸런타인데이의 의미를 되새기기에는 충분했다.

네스테르초바는 "시트니크는 도네츠크 지역 출신이고 나는 하르키우 출신"이라면서 "전쟁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절대 만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르키우는 도네츠크에서 북쪽으로 약 300㎞ 떨어져 있다.

이들은 전쟁이 한참 본격화하던 지난해 여름 처음 만나 지금까지 사랑을 이어왔다고 한다.

개전 1주년에 맞춘 러시아군의 대공습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는 등 불안한 상황이지만, 이날 결혼식 분위기만큼은 평화로웠다.

시트니크와 네스테르초바는 반지를 교환하고 혼인신고서에 서명한 뒤 우크라이나에서 결혼식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루슈니크'도 챙겼다.

루슈니크는 전통 자수가 새겨진 천으로, 부부는 결혼식에서 이 천을 밟고 올라서 앞으로 힘든 일이 없기를 한마음으로 기원한다.

네스테르초바는 곧 다시 전쟁터로 나가 싸울 남편을 걱정하면서도 "우리는 함께하면 더 강해진다.

모든 순간이 특별하다"고 말했다.

"좋을 때나 나쁠 때나"…우크라에도 찾아온 '해피 밸런타인데이'
AFP는 이날 사랑하는 사람과 떨어져 쓸쓸한 밸런타인데이를 맞이한 우크라이나 군인의 사례도 전했다.

수도 키이우의 한 병원에서 만난 드미트로 리나르토비츠흐(44)는 개전 후 미국으로 떠난 아내와 어린 두 아들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전쟁 발발 전까지 배우로 활동했던 리나르토비츠흐는 지난달 9일 도네츠크주 요충지 바흐무트 북쪽의 작은 도시 솔레다르에서 파편에 얼굴을 맞아 왼쪽 눈과 귀를 잃었다.

그는 "전쟁이 우리를 갈라놨다"면서 "아이들은 내게 '아빠, 잘 지내세요? 뭐하고 계세요?'라고 물어보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나르토비츠흐는 그러면서도 평화를 되찾기 전까지는 조국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