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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인터뷰


'금'(金)자산, 포트폴리오 추가…주식보단 채권 관심
中주식·위안화 가치도 주목해야, 올해 달러 약세 전망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위원.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위원.
"자산배분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장기적으로 60(주식) 대 40(채권) 포트폴리오만 잘 따라가도 하이 싱글(7~9%) 정도의 수익률은 챙길 수 있습니다. 자산 규모나 시장 상황에 따라 비중이 조금씩 달라지겠으나, 고정적으로 자산배분을 하는 것은 꽤 괜찮은 투자 전략입니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투자자들이 자산배분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이같이 말했다. 작년 전통적인 자산배분 전략으로 통하는 '60(주식) 대 40(채권) 포트폴리오'가 부진한 성과를 거뒀음에도 장기적으로 자산배분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봤다. 하 연구위원은 올해 자산배분 전략에 금과 현금 자산 비중도 일정 부분 챙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산배분은 쉽게 말해 '분산투자'다. 최근 증권가에선 자산배분의 정석으로 꼽혀온 '60 대 40' 전략을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다시 60대 40 포트폴리오를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과 작년에 처참한 성과를 거둔 만큼 더 이상 시장에서 통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 등이 나오고 있다.

주식 60%, 채권 40%로 자산을 배분하는 이 포트폴리오는 통상 주식과 채권 가격이 반대로 움직인다는 점을 이용해 시장 변동성이 높은 시기에도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전통적인 투자법으로 불린다. 주식 수익률이 나쁜 시기에 주가와 상관관계가 낮은 채권이 안전장치 역할을 하면서 손실을 상쇄해주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지난해 처참한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60 대 40 포트폴리오 효과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 이에 한경 마켓PRO는 하재석 연구위원을 통해 올해 자산배분 전략을 살펴봤다.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완화) 시대에 맞는 '자산 배분 전략'이 있나요?

"소비자물가지수 등 인플레이션 관련 수치가 하락하고 있음에도 현 수치는 과거보다 높습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주식보단 채권이 매력적이라고 봅니다. 단기채나 금리가 높게 책정된 우량 기업들의 회사채 등에 투자하는 것이 좋습니다. 장기 채권의 경우 금리 하락에 베팅한다는 의미인데, 올해 금리 인하 조치는 없을 것으로 봅니다.

주식의 경우 하반기 경기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올해 증시만 놓고 보면 큰 업사이드는 없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렇다고 작년처럼 엄청나게 증시가 빠지지도 않을 것으로 보는데, 올해 증시는 박스권에 갇혀 종목장세로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종목장세에선 알짜 테마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기 상황과 별개로 꾸준히 성장하는 섹터나, 에스엠 사태처럼 행동주의 관련 이슈가 있는 종목을 좋게 보고 있습니다. 매크로 환경과 별개로 주가 우상향하는 종목을 찾아야 하죠."

▷올해 적절한 자산배분(주식, 채권, 금, 현금 등) 비중이 궁금합니다.

"제가 올해 생각하는 큰 틀의 자산배분 비중은 55(주식) 대 45(채권)입니다. 여기에 금(金) 자산이나 현금 자산까지 포함할 경우 금은 5, 현금의 경우 5~10 사이의 비중이 적절할 것으로 봅니다. 작년 킹달러 등 현금 가치가 어느 때보다 커졌죠. 올해는 작년만큼은 아니겠으나 어느 정도의 현금 보유가 필요할 듯합니다.

금(金)은 올해 포트폴리오에 새로 추가된 자산입니다. 저는 금값이 계속해서 오를 것으로 봅니다. 작년 금값이 크게 조정받았던 이유는 금리 인상에 따른 실질 금리 급등과 달러 강세 때문인데, 올해는 달러가 약세 흐름을, 실질 금리도 박스권 움직임을 예상합니다. 이 두 가지 요인이 금값을 계속해서 끌어올릴 것으로 봅니다.

반면 은(銀) 투자의 경우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금값이 오를 때 은값도 크게 상승하죠. 보통 금값이 10%가량 오르면, 은값은 20~30% 상승합니다. 문제는 은값의 경우 변동성이 크다 보니 금보다 리스크가 높습니다. 더군다나 은은 산업용 수요 비중도 높습니다. 경기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달러 약세를 전망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작년 달러 가치가 크게 오른 것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타 국가의 중앙은행 대비 금리를 빠르게 올렸기 때문인데, 올해는 상황이 다릅니다. Fed의 금리 인상 조기 중단 가능성을 비롯해 중국 리오프닝 효과로 유럽 경기가 일부 회복됨에 따라 달러 약세가 추가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더군다나 유럽중앙은행(ECB)이 작년의 Fed처럼 올해 강력한 긴축에 나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이 과정에서 유로화 가치가 오르고, 달러 가치는 더 하락할 것으로 보입니다."

▷금 외에 올해 추천하는 자산이 더 있나요?

"해외 투자에선 중국 주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리오프닝과 함께 가격이 오르긴 했으나 텐센트 등 플랫폼 관련주를 여전히 좋게 보고 있습니다. 아니면 텐센트, 알리바바 등 기술주와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ADR)들의 비중이 높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차이나 지수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또 올해는 달러보단 위안화 가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일각에선 리츠(부동산투자신탁)를 긍정적으로 보는데, 저는 리츠는 추천하질 않습니다. 리츠는 중·소형주와 유사하게 움직입니다. 이는 경기에 굉장히 민감하다는 의미죠.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리츠를 투자하는 것은 좋은 시점이 아니라고 봅니다. "

▷올해 자산시장은 어떻게 전망하나요? 나아가 투자자들에게 조언한다면

"'나쁜 게 좋다'(bad is good), 미국의 실업률 증가 등 경제지표가 갈수록 나빠지는 것이 금융 시장에겐 호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가 확 나빠져야지 금리를 낮추고 통화정책에도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경제가 바닥까지 추락하진 않을 것으로 봅니다.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이 재정을 풀 가능성이 있어서죠.

올해 자산시장은 변수가 없는 한 박스권 흐름을 보일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저는 올해 종목 장세 속에서 테마를, 우량 기업들의 회사채와 단기채 등을 추천합니다. 나아가 작년만큼은 아니지만, 일정 수준의 현금도 쥐고 있는 것이 투자자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줄 것으로 봅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