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포드자동차가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닝더스다이)과 손잡고 미국 미시간주에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 미국 배터리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도입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중국 회사인 CATL이 우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드는 CATL과 함께 미시간주 마셜에 배터리 공장을 세운다고 1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포드는 35억달러(약 4조4000억원)를 투자하고, CATL은 배터리 제조 기술과 인력을 지원한다. 2026년 문을 열 예정이다.

마셜 공장에서는 북미와 유럽에서 주로 채택하는 니켈코발트(NMC) 배터리보다 성능은 떨어지지만 생산비용이 저렴하고 화재 위험이 낮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하게 된다. 미국 최초의 LFP 배터리 생산기지다.

포드는 LFP 배터리를 채택해 전기차 생산비용을 낮추려는 목적으로 CATL과 손을 잡았다. 포드는 올해부터 머스탱 마하-E SUV, 내년부터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에 LFP 배터리를 사용하기로 했다. 미국 전기차 시장 2위인 포드는 2026년까지 연간 전기차 200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고, 여기에 필요한 배터리의 70%를 자체 공급망에서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마셜 공장에서는 연간 전기차 40만대 분량의 배터리를 생산하게 된다.

하지만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포드는 IRA 혜택을 받기 위해 자국에 배터리 공장을 짓게 됐다고 발표했다.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대당 최대 7500달러(약 95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올해부터는 배터리 핵심 광물 조건 등이 추가된다. 문제는 IRA의 목표가 배터리 광물 등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데 있다는 점이다. 포드가 중국 기업인 CATL과 제휴하면서 IRA 혜택을 받는 게 적절한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평가다.

현지 매체 ‘디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포드는 이날 발표식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초청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드는 자사가 마셜 공장의 지분을 100% 갖고 통제권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창업자 헨리 포드의 증손자인 빌 포드 회장은 CATL과의 관계에 대해 “미국의 전기차 배터리 독립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앞서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는 포드와 CATL의 배터리 공장을 ‘트로이의 목마’라고 비난하며 버지니아주 건설 시도를 가로막았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