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1년째인 오는 24일 지정학적 위기가 심화하면서 국제 유가가 상승했다.

1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3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보다 42센트(0.53%) 오른 배럴당 80.1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융조사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1월 26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WTI는 2거래일 연속 올랐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3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0.22달러(0.25%) 오른 배럴당 86.61달러를 기록했다.
지정학적 위기감에 국제유가 14일만에 최고치 찍어 [오늘의 유가동향]
필 플린 프라이스퓨처스 애널리스트는 CNBC방송에 “원유 시장은 기본적으로 매우 강한 상태”라며 “중국 재개방에 따라 수요 기대감이 큰 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이 공급을 줄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WTI와 브렌트유 모두 중국 수요 회복 낙관론에 힘입어 지난 한 주간 8% 이상 올랐다.

러시아의 생산 감축도 영향을 미쳤다. 세계 3위 산유국인 러시아는 서방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3월부터 원유 생산량의 약 5%인 하루 50만 배럴 생산을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지난 10일 유가는 2주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SPI 에셋 매니지먼트의 스티븐 이네스 매니징 파트너는 "실제 공급을 줄이면 제한된 매수자에 대한 러시아의 가격 결정력을 높일 수 있다"라면서도 "중국과 미국, 유럽 등 많은 주요 원유 소비국들의 경제 전망이 불확실해 러시아가 세계 시장을 움직일 능력은 지금보다는 커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날 나올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와 지정학적 긴장, 유럽의 성장률 회복 기대 등도 유가 상승 요인으로 꼽았다. 미국의 1월 CPI가 둔화할 경우 미 중앙은행(Fed)의 긴축 우려가 완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티케 캐피털 어드바이저스의 타리크 자히르 매니저는 마켓워치에 "CPI 지표를 기다리며 모든 시장이 적은 거래량을 보이고 있다"라고 했다.

미국 정부가 러시아에 있는 자국민들에게 러시아를 즉시 떠나라고 공지했다는 소식이 나와 지정학적 긴장을 고조시켰다. 전날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관은 대사관 홈페이지에 올린 해외여행 경보에서 러시아에 거주하거나 여행 중인 자국민에게 즉시 출국하라고 촉구했다.

현지 정보당국으로부터 임의로 체포되거나 부당하게 구금될 위험이 있다며 이같이 경고한 것이다. 자히르는 미국이 자국민들에게 러시아를 떠나라고 공지했다며 "우크라이나에서 잠재적인 대규모 공세가 임박한 것으로 보여 유가가 어느 정도 강세를 보이는 것도 놀랍지 않다"라고 말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성장률 전망치가 상향된 점은 원유 수요 기대감이 커졌다. 이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유로존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3%에서 0.9%로 상향했다. 또한 1분기에 성장률이 위축세를 피할 것으로 예상해 기술적 침체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