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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이 있었다는 피해자와 결코 없었다는 오 군수의 주장이 완전히 상반돼 진실게임 양상을 보였다.
재판부는 긴 심리 끝에 당시 간담회에 참석했던 기자와 공무원 등의 진술을 종합해 오 군수의 성추행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날 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이례적으로 사건 개요와 쟁점을 약 50분 동안 상세히 설명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오 군수가 간담회 도중 실제로 피해자에게 성적인 발언을 했는지'와 '화장실로 이동하던 중 피해자 손을 잡으며 성적인 발언을 했는지'였다.
이날 재판부가 밝힌 당시 상황을 종합하면 간담회 도중 피해자가 "저는 술을 못 먹어서 얼굴이 벌겋습니다"라고 하자 오 군수는 "저는 온몸이 벌겋습니다.
밑에도 벌겋습니다"라고 말했다.
당시 간담회 자리에는 오 군수를 포함해 기자와 공무원 등 총 10명이 있어 다른 참석자들의 진술이 유무죄를 가리는 중요한 증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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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참석했던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순간 밑이라는 말은 남성의 성기로 이해될 수 있어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간담회 분위기가 이상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군수님 발 말이지예'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다른 참석자 B씨도 "A씨의 발언에 다 함께 웃었고 참 재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부는 "만약 오 군수가 사용한 밑이라는 단어가 온몸 또는 발끝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A씨가 사용한 발이라는 단어와 같으므로 A씨가 굳이 그런 말을 덧붙일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참석자들의 웃음을 유발하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다른 쟁점이었던 오 군수가 화장실로 가던 중 피해자 손을 잡으며 성적인 발언을 했는지 여부도 다른 참석자들의 진술이 유죄를 뒷받침했다.
이날 재판부가 밝힌 당시 상황을 종합하면 간담회 도중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에 가려는 오 군수에게 피해자가 어디 가는지 재차 묻자 오 군수는 피해자 손목을 잡아끌며 "화장실에 같이 갑시다.
밑에도 벌건지 보여줄게"라고 말했다.
이 쟁점은 오 군수가 화장실에 간 시점과 화장실에 가기 위해 어느 경로로 이동했는지를 따져봐야 했다.
특히 어느 경로로 이동했는지는 공판 과정에서도 검찰과 변호인이 각각 식당에서 촬영한 실험 영상을 증거로 제출하는 등 공방이 치열했다.
피해자와 검찰은 오 군수가 교자상과 교자상 사이를 지나가며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앉아 있는 참석자들 등 뒤로 돌아나갔기 때문에 손을 잡는 행위가 일어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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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입장할 때는 상석까지 최단 거리인 교자상 사이로 들어가고 화장실을 갈 때는 참석자들 등 뒤로 빙 돌아서 간다는 것은 통상적이지 않고 자연스럽지도 않다"며 "군수가 일어나 화장실을 가려는데 수행비서가 일어나지 않고 몸을 앞으로 숙여 군수가 등 뒤로 돌아가게 한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 과정에서 오 군수 측은 피해자가 간담회 종료 후 떠나는 오 군수의 차량을 향해 인사했거나 다음 날 웃으며 통화하는 등 통상의 성범죄 피해자의 모습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현장에는 8명의 목격자가 있어 있지도 않은 일로 고소한다면 주변에 의해 쉽게 탄로 날 수 있었다"며 "무고로 처벌받을 것을 무릅쓰고 허위 고소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변호인 측 주장은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것으로서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