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간담회 도중 성적인 발언·화장실 가며 추행 행위 모두 인정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돼 지난 10일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오태완 경남 의령군수 사건은 공판이 1년 넘게 걸렸을 만큼 치열한 법리 다툼이 이어졌다.

성추행이 있었다는 피해자와 결코 없었다는 오 군수의 주장이 완전히 상반돼 진실게임 양상을 보였다.

재판부는 긴 심리 끝에 당시 간담회에 참석했던 기자와 공무원 등의 진술을 종합해 오 군수의 성추행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날 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이례적으로 사건 개요와 쟁점을 약 50분 동안 상세히 설명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오 군수가 간담회 도중 실제로 피해자에게 성적인 발언을 했는지'와 '화장실로 이동하던 중 피해자 손을 잡으며 성적인 발언을 했는지'였다.

이날 재판부가 밝힌 당시 상황을 종합하면 간담회 도중 피해자가 "저는 술을 못 먹어서 얼굴이 벌겋습니다"라고 하자 오 군수는 "저는 온몸이 벌겋습니다.

밑에도 벌겋습니다"라고 말했다.

당시 간담회 자리에는 오 군수를 포함해 기자와 공무원 등 총 10명이 있어 다른 참석자들의 진술이 유무죄를 가리는 중요한 증거가 됐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오 군수가 이 같은 발언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당시 참석했던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순간 밑이라는 말은 남성의 성기로 이해될 수 있어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간담회 분위기가 이상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군수님 발 말이지예'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다른 참석자 B씨도 "A씨의 발언에 다 함께 웃었고 참 재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부는 "만약 오 군수가 사용한 밑이라는 단어가 온몸 또는 발끝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A씨가 사용한 발이라는 단어와 같으므로 A씨가 굳이 그런 말을 덧붙일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참석자들의 웃음을 유발하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다른 쟁점이었던 오 군수가 화장실로 가던 중 피해자 손을 잡으며 성적인 발언을 했는지 여부도 다른 참석자들의 진술이 유죄를 뒷받침했다.

이날 재판부가 밝힌 당시 상황을 종합하면 간담회 도중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에 가려는 오 군수에게 피해자가 어디 가는지 재차 묻자 오 군수는 피해자 손목을 잡아끌며 "화장실에 같이 갑시다.

밑에도 벌건지 보여줄게"라고 말했다.

이 쟁점은 오 군수가 화장실에 간 시점과 화장실에 가기 위해 어느 경로로 이동했는지를 따져봐야 했다.

특히 어느 경로로 이동했는지는 공판 과정에서도 검찰과 변호인이 각각 식당에서 촬영한 실험 영상을 증거로 제출하는 등 공방이 치열했다.

피해자와 검찰은 오 군수가 교자상과 교자상 사이를 지나가며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앉아 있는 참석자들 등 뒤로 돌아나갔기 때문에 손을 잡는 행위가 일어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해왔다.

이날 재판부는 이 부분도 피해자 측 진술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입장할 때는 상석까지 최단 거리인 교자상 사이로 들어가고 화장실을 갈 때는 참석자들 등 뒤로 빙 돌아서 간다는 것은 통상적이지 않고 자연스럽지도 않다"며 "군수가 일어나 화장실을 가려는데 수행비서가 일어나지 않고 몸을 앞으로 숙여 군수가 등 뒤로 돌아가게 한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 과정에서 오 군수 측은 피해자가 간담회 종료 후 떠나는 오 군수의 차량을 향해 인사했거나 다음 날 웃으며 통화하는 등 통상의 성범죄 피해자의 모습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현장에는 8명의 목격자가 있어 있지도 않은 일로 고소한다면 주변에 의해 쉽게 탄로 날 수 있었다"며 "무고로 처벌받을 것을 무릅쓰고 허위 고소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변호인 측 주장은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것으로서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