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노조 적발…"외국인노동자 신원확인하겠다" 협박도
실제 장애인 조합원 없이 금품 챙기기 목적…경찰수사 확대
가짜 시위대 내세워 "장애인 채용하라" 위협…건설현장 갈취
건설 현장에 채용을 강요하고 발전기금을 뜯어낸 혐의로 경찰에 적발된 '장애인 없는' 장애인 노동조합 지부는 20여 차례의 시위 신고와 외국인 노동자 신원확인 위협을 무기로 건설 현장을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이번에 입건된 노동조합 지부 관자들은 부산·울산·경남 지역 140개의 건설 현장의 리스트를 작성한 뒤 이들을 둘러보며 범행 대상을 물색한 것으로 확인된다.

해당 노조는 골조 작업이 한창인 아파트 현장을 주로 타깃으로 잡았다.

골조작업에는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투입되는데, 이들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불법 체류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들 현장을 압박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노조는 우선 임금 8만∼10만 원을 주고 사람들을 고용해 이들 현장 앞에서 가짜 시위대를 연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깃이 된 8개 건설 현장 앞에서 20여 차례 시위 신고를 했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시위대는 장애인 노조 이름이 적힌 시위 차를 건설 현장 주변에 대고 '장애인 고용 촉구' 방송을 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불법 외국인 노동자 채용 근절'도 이유로 내세워 현장 입구에서 외국인 노동자의 신분을 확인할 것처럼 행동을 취했다.

경찰은 "장애인 노조가 불법 체류자를 확인할 권한도 없고 확인할 방법도 없지만 그런 행동을 함으로써 건설 현장을 압박하려고 했다"면서 "실제로 건설 현장에 불법 체류자가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장애인 조합원이 없었던 이들은 건설 업체를 상대로 자신들이 요구하는 사람들을 허위 채용하도록 해 임금을 받고, 발전기금도 강요했다.

해당 노조는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건설 현장 입구를 막아 압박 강도를 높이기도 했다.

경찰은 "건설 현장 입구를 막으면 신고를 할 때 이익보다 협상해서 공사를 빨리 진행할 때 이익이 크기 때문에 업체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협상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는데도 일부 건설 현장에서는 노조를 두려워해 진술을 거부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경찰은 "피해 현장으로 집계한 8곳의 6개 업체 외에도 피해 업체는 더 있으며 해당 규모를 밝히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로자의 근로조건 유지 개선 목적 없이 노조 명칭만을 사용해 다른 목적으로 노조 활동을 하는 곳이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추가 피해 사실에 대해 계속 수사를 하고 건설 현장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