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랑의 이해’ 유연석 “사랑은 정의하지 못하겠더라고요. 사랑은 저에게 아직 ‘노(NO) 이해’”

강력한 한 방이었다. 배우가 자신과 어울리는 캐릭터를 만나 대중에게 칭찬을 받기란 쉽지 않은 일.

배우 유연석은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사랑의 이해’를 통해 멜로의 정석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너무 기분 좋아요. 처음 드라마를 보신 분들은 계속 열띤 토론을 하시면서, 시청자들이 두텁게 형성되면서 많이 사랑해주시는 것 같아요. 주변에서도 응원 문자나 드라마 잘 본다는 연락을 많이 받아서 기분이 너무 좋아요. 느린 템포의 드라마고, 역경을 이겨내는 드라마가 아니다 보니 관심을 얻을 수 있을까 걱정도 했는데, 모든 사랑을 받지는 못 하겠지만 누군가에게는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사랑의 이해’는 각기 다른 이해(利害)를 가진 이들이 만나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이해(理解)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멜로드라마. 극중 네 남녀는 그 누구보다 평범한 연애, 보통의 연애를 꿈꾸는 인물이지만 타이밍과 상황이 맞지 않아 엇갈리고 만다.

“진지한 정통 멜로를 하고 싶었어요. 대본이 들어왔을 때 극적인 스토리가 있지 않아도 현실감 있고 사람들이 공감하면서 볼 수 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사랑은 저도 아직 이해가 안 돼요. 사랑에 관해 스스로한테도 물어보고 고민해봤는데, 그래도 이해가 안되는 게 사랑인 것 같아요. 사랑은 정의하지 못하겠더라고요. 사랑은 제게 아직 ‘노(NO) 이해’입니다.”

‘사랑의 이해’는 사랑의 설렘과 풋풋함뿐만 아니라 망설임, 지질함 등 사랑 때문에 초래되는 감정을 다각도에서 담아내고, 동질감을 불러일으키는 직장 내 풍경 등이 몰입감을 선사했다.

“이해를 하시는지, 공감하는지, 응원하는지 모르겠지만 역시나 많은 분들이 답답해하시기도 하고 저런 선택에 대해 안타까워하기도 하더라고요. 그 역시도 우리 삶에서 모든 것들이 원하는 대로 돌아가진 않는다고 생각해요. 현실성 있는 드라마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연기하는 것도 진실성 있게 다가가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상황들이 모든 분들이 이해할 만한 건 아닌 것 같지만 저는 연기자로서 인물의 감정들이 온전하게 전달되길 바랐는데 그건 잘 된 것 같아서 배우로서 뿌듯해요.”

[인터뷰] ‘사랑의 이해’ 유연석 “사랑은 정의하지 못하겠더라고요. 사랑은 저에게 아직 ‘노(NO) 이해’”

유연석은 극중 KCU은행 종합상담팀 계장 하상수 역을 맡아 열연했다. 안수영(문가영)과 박미경(금새록) 사이에서 고민하는 현실적인 멜로 연기로 눈길을 모았다. 대사가 없는 감정 연기에서 유연석의 눈빛과 표정 연기는 빛을 발했다.

“저는 하상수라는 캐릭터에 대해 공감하면서 연기했어요. 하상수가 겪는 감정적인 충동들과 고민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그가 왜 이런 고민과 선택과 후회를 겪는지 이해하면서 연기했죠. 물론 남들이 봤을 때, 어떤 시선으로 봤을 때는 납득이 안 갈 수 있지만 저는 공감했어요.”

‘사랑의 이해’에서 하상수와 안수영의 어긋남은 하상수의 망설임에서부터 시작됐다. 하상수는 안수영을 짝사랑하다가 고백하고 연인으로 발전할 뻔했지만, 첫 데이트를 망설이고 뒤늦게 약속장소에 도착한 후 수영과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러브라인이 엇갈렸다.

“상수는 결말을 앞서 생각하는데 습관이 있는 사람이에요. 그 순간에도 미래에 관한 생각들을 순간적으로 한 거죠. 그래서 갈등하고 멈칫하고 망설였지만, 그런데도 다시 갔는데 오해를 불러일으킨 거예요. 망설임을 들키지 말았어야 했는데, 수영이가 그걸 보고 어긋나기 시작했죠. 누군가를 사랑할 때 감정적인 마음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을 평가하고 갈등하게 되는 배경이 은행이라는 공간이랑 인물의 갈등 구조랑 비유돼서 표현된 것 같아요.”

극중 하상수는 안수영에 대한 미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신에게 다가오는 박미경과 교제를 시작한다. 그러나 결국 자신의 마음이 여전히 안수영에게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박미경에게 이별을 고한다. 지극히 현실적이라 공감을 얻기도 했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들로 답답함을 부르기도 했다.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였죠. 복잡한 관계 속에서 숨기고 싶은 감정선들을 시청자는 제3자의 입장에서 관통해가면서 보니까 이들의 사랑을 응원하지 못할 때도 있고, 험담할 때도 있는 거죠. 몰라도 될 거를 친절하게 보여주는 게 ‘사랑의 이해’ 시점이에요. 그래서 회차가 거듭 될수록 시청자층이 더 두터워진 것 같아요.”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은 ‘사랑의 이해’는 연달아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아이스 링크장에서 하상수가 안수영에게 드디어 고백하고 키스하는 장면은 ‘사랑의 이해’ 명장면으로 꼽힌다.

“아이스 링크장에서 수영과 키스신도 특별한 설정이었던 거 같아요. 키스신은 각도라든지 그런 걸 잘 생각해, 카메라 감독님과 연출님과 잘 계획해서 찍어야 한다고 봐요. 각도라든지 계획적으로 하면 예쁘게 키스신이 나오는 것 같아요. 감정신이라 생각하고 다가가면, 배우들만 감정 느끼다가 말 수 있어요. 키스신은 감정신이라기보다는 액션신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배우들이 좋으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예쁘게 담겨서 여러 느낌이 있어요.”

[인터뷰] ‘사랑의 이해’ 유연석 “사랑은 정의하지 못하겠더라고요. 사랑은 저에게 아직 ‘노(NO) 이해’”

유연석은 문가영과 금새록과 함께한 소감도 전했다.

“가영 씨는 연기 경력이 나이에 비해 오래됐고 아역 출신이다 보니, 순간적인 집중이 좋아요. 농담하다가도 금방 집중해요. 실제로는 나이 차가 좀 나는데, 가영 씨가 허물없이 지내서 촬영하면서도 크게 부담가지지 않았어요. 또 가영 씨가 연기를 성숙하게 잘 해주셨어요. 디테일하고 섬세한 감정들이 중요한 드라마인데, 시선 처리나 손끝 하나 디테일하게 잘 해주셨죠. 새록 씨는 정통 멜로는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실제로도 관계성에 몰입하려고 노력했어요. 미경처럼 ‘오빠’라고 안 하고 ‘선배’라는 호칭을 계속했어요. 후반부에 이별하는 가슴 아픈 신을 할 때도 내내 집중하려고 했어요.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더라고요. 보시는 분들도 후반부 미경의 안타까운 감정선들에 공감을 많이 하신 것 같아요.”

극중 하상수는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이를 선택했다. 유연석의 실제 연애 스타일은 어떨까.

“예전에 짝사랑했을 때의 생각이 많이 난 것 같아요. 온전하게 이뤄지지 못했던 사랑에서 공감을 많이 했죠. 우리 드라마처럼 한쪽으로 치우치는 모습은 좋지 않겠죠. 서툴게 할 때도 있는 것 같고, 때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맨 날 자주 표현하진 못했던 것 같아요. 마음만큼 자주 표현하진 못했어요. 감정을 내 입 밖으로 많이 내뱉는 편은 못 되는 것 같아요.”

이처럼 유연석은 ‘사랑의 이해’를 통해 정통 멜로에 완벽 몰입한 연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리며 호평을 받았다. ‘응답하라 1994’ 칠봉이, ‘미스터션샤인’ 구동매, ‘슬기로운 의사생활’ 안정원을 잇는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완성할 수 있었고, 대체 불가한 존재감을 공고히 할 수 있었다.

“차기작은 뭘 해야 할까요. 지금까지 안 해본 장르, 인물에 도전하고 싶어요.”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onlinenews@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