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친' 생존자들 폭력에도 노출…에르도안, 엄단 강조
[튀르키예 강진] 튀르키예서 약탈행위 기승…구조작업도 위협(종합)
튀르키예 강진 피해 지역에서 약탈과 총격전 등 폭력행위가 일어나 생존자와 구조대원들을 위협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AFP와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에서는 강진 피해 지역에서 빈집을 털거나 상점 창문을 깨고 들어가 물건을 훔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일부는 식료품이나 유아용품이 절실해 슈퍼마켓을 뒤지고, 일부는 옷가게와 전자제품 매장에서 휴대전화 등 값나갈 만한 물건을 쓸어간다고 AFP는 전했다.

현금인출기도 뜯겨나갔다.

블룸버그 통신은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 통신을 인용해 지진 피해 지역에서 건물을 약탈하거나 전화사기로 생존자들을 갈취하려 한 혐의 등으로 이날 최소 48명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상황이 심각한 남부 하타이주에서 약탈범들이 무더기로 체포됐다.

AFP는 경찰이 약탈 용의자들로부터 훔친 현금과 휴대전화, 컴퓨터, 무기, 보석류, 은행카드 등을 압수했다고 전했다.

이곳에선 구호단체 직원을 사칭해 트럭 6대분의 식량을 가로채려 한 사건도 발생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 공간에서는 사람들이 훔친 물건을 들고 도망가거나 약탈자들이 주민들에게 두들겨 맞는 모습을 담은 영상들이 나돌기도 했다.

하타이 주민 아일린 카바사칼 씨는 AFP에 "약탈하려는 사람들로부터 집과 차를 지키고 있다"면서 "우리는 악몽을 겪고 있다.

당국이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일부 지역에서 충돌이 빚어지고 총격까지 발생했다는 소식에 독일에서 온 구조대 두 팀과 오스트리아 구조대가 한때 작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오스트리아 구조대는 하타이에서 갈수록 치안 상황이 악화해 안전을 보장받을 때까지 구조활동을 멈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샨르우르파주에서 왔다는 한 구조대원은 안타키아에서 약탈자들을 목격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그는 "약탈하는 사람들이 흉기를 가지고 있어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일부 주민은 상황이 워낙 절박해 생존자들이 약탈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하타이에서 가전제품 판매점을 운영하는 니자메틴 빌메즈 씨는 "아기용 물티슈나 음식, 물(을 약탈하는 것)은 정상이다.

지진이 나고 처음 며칠간은 구호품이 전혀 도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튀르키예 당국은 사정이 어떻든 약탈자들을 엄중히 단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치안이 불안한 지역에 경찰을 배치했다.

이날 발표된 칙령은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된 상황에서 약탈 용의자에 대한 법정 구금 기간을 사흘 늘리는 등 처벌을 강화하도록 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도 약탈을 비롯한 범죄 행위를 하는 이들을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동남부 도시 디야르바크르를 찾아 지진 피해 상황을 점검한 자리에서 "약탈이나 납치 등 범죄에 연루된 사람들은 국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튀르키예 강진] 튀르키예서 약탈행위 기승…구조작업도 위협(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