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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광 기자
작년 말까지만 해도 올해 큰 경제 위기가 올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막상 올 들어 2월 중순까지 보면 경제 상황이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직 경기 침체가 안 온 것인지, 아니면 경기가 바닥을 이미 찍은 것인지 좀 헷갈리는데요. 그래서 모셨습니다. 경제 1타 강사로 불리죠. 오건영 신한은행 WM본부 팀장님 모시고 경기 진단을 해보겠습니다. 가장 궁금한 것부터 여쭙겠습니다. 올해가 2월 중순이 됐는데 경기 침체가 오냐 안 오냐 갖고 이제 지금도 논란이 많이 있는데요. 팀장님이 보시기에는 어떤 것 같습니까.
"인플레이션 해치웠다?…착각에는 대가가 따른다" [안재광의 더부자]
▶오건영 팀장
와일드한 경기 침체 가능성을 열어두자라는 말씀을 드려왔어요.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심각한 위기라기보다는 마일드한 경기 침체라는 것. 짧고 얕은 침체를 의미하든요. 일시적인 침체는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지금도 비슷하게 보고 있습니다.
물론 고용시장이 뜨거운 건 맞는데. 지금 미국의 소비 시장이 조금씩 좀 위축이 되는 모습이에요. 미국의 소비가 조금 더 빠르게 위축이 된다고 가정 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준에서 만약에 시장이 기대하는 피봇 형태의 금리 인하라든지, 이런 서포트가 크지 않다면. 단기적으로는 얕은 경기 침체 정도는 겪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심각한 경제 위기의 가능성들,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그럴 가능성은 높지는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안재광 기자
미국은 지금 고용이 생각보다 좋게 나오고 있어서, 연준 의원들의 강경한 발언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요. 조금 헷갈리는데 고용이 좋으면 왜 안 좋다고 얘기를 하는 것인가요.

▶오건영 팀장
저도 지난주에 있었던 고용 지표를 보고 되게 놀랐어요. 저 정도가 나오나. 그러니까 처음에는 제가 잘못 본 줄 알았거든요. 데이터 잘못 찍혔나. 전산 데이터 오류인가. 왜냐하면 나쁘진 않을 것 같다라고 생각을 했는데 컨센서스라는 게 존재하거든요. 컨센서스 상단을 뛰어넘은 걸 보면서 너무 많이 놀랐습니다. 저도 참 의외였다고 생각이 되고요.
실제 연준 의장 코멘트 할 때도 정말 다들 놀랐다라는 표현이 나왔을 정도로. 그 정도로 고용지표가 굉장히 뜨거웠다. 근데, 참 역설적인 게 고용이 좋다라는 거는 그만큼 미국 경제가 생각보다 탄탄하다라는 걸 보여주고 있거든요. 문제는 뭐냐하면, 고용이 너무 뜨겁다 보면 지금의 높은 물가하고, 지금의 높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미국 사람들이 소비를 이어갈 수가 있다는 겁니다. 지금의 물가가 높은 상태에서 이 물가를 받아줄 수 있다. 물가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가 있습니다.

▶안재광 기자
네, 고용이 좋다는 것은 높은 물가를 소비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이 된다, 이 말씀인가요?

▶오건영 팀장
그렇죠. 이걸로 이제 버텨주는 거죠. 물가 상승세가 굉장히 오랫동안 지속이 될 수 있지 않습니까. 물가 상승세가 오래 지속이 되면 이게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를 키워요. 인플레이션은 자연스러운 것처럼 돼버리거든요. 물가가 오른다라는 게 이제 마음속에 들어왔을 때는 생각이 이렇게 바뀝니다.
예를 들어 고용주하고 이제 피고용인이라고 한번 가정을 해볼게요. 피고용인이 얘기를 하는 거죠. 아니, 물가가 오르는 만큼은 임금 올려줘야죠. 이렇게 얘기하는데 물가가 올라가는지 안 올라가는지 생각이 다 달라요. 그럼 서로 동의가 안 되니까 이티격태격 할 것 아닙니까. 근데 모두가 생각하는 거죠. 물가는 5% 오른다. 그러면 5%는 올려줘야겠네.
그러니까 결국 물가가 오르게 되면 임금이 올라가게 되겠죠. 임금이 올라가면 기업이 그 임금을 물가에다 얹어요. 물가가 또 올라가겠죠. 또 임금이 또 올라가겠죠. 그래서 임금과 물가 상승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돼요. 이게 사실 1970년대의 스토리였던 겁니다.
그래서 실제로 이렇게 물가가 올라가는 것 이상으로 임금이 올라가는 게 좋은 거고요. 그다음에 물가가 너무 많이 뛰는 것들은 임금을 올려주더라도 또 다른 문제를 만들기 때문에 참 어려운 거거든요. 그래서 물가가 올라간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이 되는 게 그다지 좋은 얘기가 아닙니다. 그래서 이번에 고용이 탄탄하다라는 건 참 반길 만한 소식이긴 합니다만, 이게 새롭게 또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게 좀 찜찜한 부분이고.
실물 경제 파트에서는 이렇게 볼 수 있고. 또 하나의 파트에서는 어떤 걸 볼 수 있냐면. 물가가 생각보다 빠르게 내려올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러면 이거 유지되나? 이런 생각이 들면 사실 우리가 미국의 물가가 관심 있는 게 아니라 미국의 물가가 안정돼서 금리가 내려와야 주가가 오르지 않습니까. 이게 관심인 거잖아요. 그러면 연준이 금리 내려줄 줄 알고 지금 기다리고 있는데, 이게 웬 고춧가루 뿌리는 거야? 이제 이런 생각이 들 수가 있겠죠. 이런 것들이 이제 약간 발목 잡기 이런 것들로 해석이 될 수 있다.
고용이 너무 뜨겁게 나온 것에 대해서 물가하고 연결을 지으면서 내지는, 금리와 연결을 지으면서 악재인 것처럼 해석이 되는 그런 케이스가 좀 많은 것 같습니다.

▶안재광 기자
작년은 키워드가 인플레이션. 그냥 모든 경제 이슈가 다 인플레이션이었잖아요. 인플레이션 때문에 금리가 계속 가파르게 상승했던 것이고. 올해는 인플레이션이 계속 키워드가 되겠느냐 . 만약에 지금 이제 말씀하신 대로 금리를 올려놨더니 인플레이션이 잡히는 게 보였거든요. 그러면 다른 게 관심 아닌가요?

▶오건영 팀장
올해도 인플레이션이 키워드 입니다. 근데 과거 사례들을 통해 봤을 때 인플레이션이 한 번 주저앉기 시작하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주저앉았던 기억들이 있거든요. 2008년이나 2011년도에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근데 둘 다 어떻게 해서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사그라 들었냐면. 첫 번째는 2008년도에는 금융위기가 있었죠. 국제유가가 배럴당 145달러에서 30달러까지 추락을 했어요. 2011년에는 유럽 재정위기, 미국의 부채 한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때도 자산시장이 무너져 내리면서 인플레이션 기미가 사그라들기 시작 했었거든요. 진짜 눈사람 녹듯이 인플레이션이 사라져버렸었어요.
그러다 보니 인플레이션이 지금 9.1%에서 6.5%까지 빠르게 내려오기 시작 하니까. 이거 금방 녹아들겠네. 그래서 혹자는 연말에는 2%까지 다시 내려올 것 같다고. 그렇게 기대하시는 분도 있고. 2%까지 내려올 거라는 게 사실상 확정이 돼 있다라면 연준이 고집을 부릴 이유가 없는 거죠. 이렇게 높은 금리를 유지할 필요가 뭐가 있냐. 금리 낮춰라. 이런 얘기가 있는 거고 . 과거에도 이런 패턴 속에서 항상 금리를 낮춰왔기 때문에 연준의 피봇에 대한 기대감을 굉장히 크게 키웠던 겁니다. 피봇이라는 건 결국에는 금리 인상에서 갑자기 금리 인하로 돌아서는 거죠.
자산시장에서는 여태까지 항상 뭐가 제일 좋았냐면 금리를 인하하려고 할 때가 항상 자산시장이 뜨겁게 밀어올렸었던 그런 기억을 갖고 있거든요. 그러면 바닥에서 사고 싶으십니까, 아니면 무릎에서 사고 싶으십니까. 혹은, 어깨에 사고 싶으십니까. 당연히 바닥에서 사고 싶지요.
바닥을 맞추기 어려우니까 언제 금리 인하를 할지 모르지만 금리 인하를 하기 직전에는 어쨌든 주식을 갖고 있으면 좋은 거잖아요. 사람들이 물가가 좀 떨어지는 징후가 나오면 연준이 금리 인하로 돌아서게 될 텐데, 그날이 언제인지 모르지만 눈치껏 미리 쟁여놓는 거죠. 그래야 금리가 인하 돼 바닥에서부터 끌어올릴 때 내가 주식 포지션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이 관심거리를 좀 많이 갖고 있는 것 같고요.
다만 아까 말씀해 주셨던 것처럼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내려올 줄 알았는데 이 인플레이션이 생각보다 빠르지 않게 내려온다면 주춤하다라면? 내지는 내려오다가 옆으로 기는 모습을 보인다면 초조해질 수가 있겠죠. 올해도 작년처럼 인플레이션이 화두가 됐지만 마구 올라가는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완만하게 떨어지면서 '빨리 좀 내려와. 빨리 좀 내려와' 시장이 그런 기대를 갖고 있는 그런 형태의 인플레이션 리스크. 아마 올해는 화두가 될 것 같습니다.

▶안재광 기자
인플레이션이 미국의 경우 예상했던 만큼, 혹은 예상보다 더 내리는 것을 보여줬는데. 최근에 유럽이나 다른 나라들 호주나 이런 데들 보면요. 인플레이션이 생각만큼 내려오지 않거나 굉장히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그리고 유럽은 금리를 0.5%포인트 확 올려버렸어요. 미국도 인플레이션이 생각보다 많이 안 내려갈 수 있다는 우려감도 있어요. 올 들어 2월 중순까지 상황을 보면 어떻습니까. 지금 잘 잡히고 있나요. 아니면 인플레이션은 안 잡힐 가능성도 있습니까.

▶오건영 팀장
여태까지는 잘 잡힌 게 맞고요. 이 속도로 과연 갈 것이냐. 이게 뭐 하고 똑같냐 하면, 수능 시험이 100점 만점이라고 해 보면. 10점짜리가 40점으로 올리는 것 하고. 70점짜리가 100점으로 올리는 것 하고 난이도가 과연 같을까 이 생각을 해보는 거죠. 그럼 9%였던 물가가 6% 내려오는 것 하고, 5%였던 물가가 2%로 내려오는 것 하고 다를 수 있잖아요.
그러면 시험하고는 다르다. 이렇게 하실 수 있으니까 잠깐 보면, 인플레이션이 내릴 때 가장 큰 기여를 한 게 에너지 가격의 하락이었어요. 배럴당 130달러까지 올라갔었던 한때는, 140달러를 찍을 뻔했었던 국제유가가 70달러까지 주저앉은 거죠. 그러면 140에서 70 가는 게 쉽냐, 70에서 0 가는 게 쉽냐. 비율로 따지면 140에서 70이고, 70에서 35가 되겠죠.
근데 이제 많은 분들이 경험적으로 봤을 때 이게 유가가 50으로 확 주저앉거나 그런 건 잘 못 보는 케이스들이 아무래도 이제 좀 다르지 않겠어 이런 생각들이 많잖아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영향으로 올라간 것들이 확 꺼지는 것들 그런 영향들은 좀 있었던 거죠.
이게 물가 하락 속도가 과연 그만큼 나아질까? 물론 전년 대비로는 작년 이 기간에 워낙에 높게 잡혀 있다 보니까, 역기저 효과라고 해서, 전년 대비로는 분명히 물가가 안정되는 속도가 좀 나올 것 같아요. 근데 지금 시장에서는 작년에 역기저 효과가 있다고 하는 걸 알다 보니까 전년 대비를 보는 게 아니라 전월 대비를 중요시하거든요.
비교를 하는 거죠. 그래서 지난달이랑 비교를 해보면 물가가 어떨지 한번 잠깐 생각해 보면요. 첫번째는 국제유가만 해도 70달러에서 지금 77달러 정도거든요. 그럼 과연 휘발유 가격이 미국의 에너지 가격이 빠르게 하락했을까. 가격이 조금씩은 고개를 드는 모습이에요.
두 번째는 중고차 가격이 빠르게 하락을 했지 않습니까. 근데 이게 또 소화가 되다 보니까 중고차 지수가 바닥을 찍고 살짝 고개를 들어요. 추세적인 것은 아닌지 모르겠지만.
세 번째는 임대료가 내려오는 건 따논 당상이다. 다 이렇게 생각을 하는데, 임대료가 내려오는 이유가 뭘까 하면 주거비 관련이거든요. 근데 주거비도 그렇죠. 주택 가격이 떨어지니까 주거비가 마찬가지로 안정이 되는 모습인 건데. 주택 시장이 반등을 하면 어떨까? 이제 이 생각을 해보는 거죠. 모기지 금리가 안정이 되면서. 요즘 주택에 대한 수요가 조금씩 늘어나는 분위기래요. 주택 가격이 다시 반등을 할 수 있잖아요.
만약에 물론 그럴 리 없다. 주식은 오르지만 주택은 못 오른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수 있지만. 만약에 주식처럼 주택 가격이 빠르게 뛴다라면 임대료가 어떻게 바뀔까? 지금 우리는 6월, 7월이 되면 임대료는 내려올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주택 가격이 만약 반등을 한다면? 이게 내려오는 속도가 주춤해질 수가 있잖아요.
우리는 지금 상품 가격하고 임대료는 이미 끝났다. 게임 끝났다. 이렇게 생각을 했는데. 오히려 그쪽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거죠. 그래서 우리가 이제 뭘 바라봐야 되냐면. 지금 현재의 상황으로 봤을때 물가 안정세가 빠른 거는 맞고. 이건 굉장히 고무적인 얘기죠. 근데 여기서 너무 성급하게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이후에 새로운 모습이 또 나타날 수 있지 않습니까 ? 참고로 하나 말씀을 드리면 인플레이션을 찍어 누를 때 썼었던 무기는 금리로는 10년짜리 국채 기준으로 4.5% 금리로 때렸고요. 강달러로 때렸는데. 원·달러 환율 1440원으로 때렸어요. 두 개로 때리니까 이게 흔들린 거거든요. 그래서 쫙 밀려내려왔죠.
근데 지금은 미국 10년짜리 국채금리가 3.6% 수준이고. 원달러 환율이 1250원 수준이에요. 그럼 그 위력이, 이걸로 때린다고 될까 이제 그 생각인 거죠. 그만큼 속도가 나와줄까 하는 겁니다.

기획 한경코리아마켓
총괄 조성근 부국장
진행 안재광 기자
편집 박정호 PD
촬영 박정호 PD
디자인 이지영·박하영
제작 한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