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노조의 탈퇴를 거부하다 정부 시정명령까지 받게 된 민주노총의 행보가 낯 뜨겁다. 민노총은 대의원 총회와 신년 기자간담회를 잇달아 개최하고 올해 목표를 ‘반윤석열 투쟁 전면화’로 선언했다. 숨 가쁜 투쟁 일정도 줄줄이 내놨다. 3월 투쟁선포대회를 시작으로 5월 전국 노동자 총궐기, 6월 최저임금 투쟁 뒤 7월 초 역대급 총파업 돌입을 예고했다.

한 해 파업 일정의 사전 공지는 민노총이 관행적으로 해온 일이지만 ‘이해불가 코미디’라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 파업은 사용자의 부당한 처우에 반발하는 최후 수단이다. 그럼에도 민노총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몇 개월 뒤의 부당한 처우를 예견하는 ‘관심법 도사’를 자처하는 것인가. 아무리 잘해줘도 예정된 파업을 피할 수 없다면 한국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는 존립 근거를 상실하고 말 것이다.

노조 요구사항은 근로조건 개선, 근로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 향상처럼 사용자 능력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지금처럼 다짜고짜 대정부 투쟁을 선포하는 방식은 절차상 무리수를 넘어 민노총 내부로부터의 공감도 얻기 어렵다. 작년에도 ‘20만 총파업’을 외쳤지만 참가자가 10분의 1에도 못 미친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과격일로로 치닫는 민노총의 거침없는 정치 편향도 우려스럽다. 양경수 위원장은 정부의 ‘한·미, 한·일 동맹 강화 정책이 전쟁 위기를 고조시켰다’며 반미 투쟁까지 결의했다. 월 2회씩 사드 철거 투쟁도 병행하겠다고 예고했다. 더 나아가 내년 4월 총선을 조직적으로 준비해 새 대안정치 세력으로 자리매김하겠다며 정치 행보를 노골화했다. 노동계 내부에서조차 “나라의 정체성을 공격하는 ‘뒤집기 한판’을 시도 중”(국민노조)이라는 날 선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귀족노조의 적반하장은 민노총과 국민 간 인식 괴리를 태평양처럼 키웠다. 최근 비판이 집중된 조폭 건설노조 사태에 민노총은 “건설 현장 부조리에서 기인하며 원인 제공자는 사용자”라고 둘러댔다. 금속노조도 화물연대 강경 대응, 노조 회계감사, 민노총 압수수색을 노동 탄압 사례라며 5월 총파업을 결의했다. 국민의 압도적 공감을 받은 조치를 노동 탄압이라고 공격하는 아집과 오만에 코웃음을 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