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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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신용카드사들의 실적이 일제히 악화됐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카드사들이 부담하는 이자비용이 급증하면서다. 원리금 상환이 어려운 가계 위주로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리볼빙 연체율도 오르는 분위기다. 카드사들은 이익을 쌓기보다 대손충당금 전입액을 늘리며 부실에 대비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우리·하나카드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총 2조387억원으로 전년 대비 2.7% 감소했다. 은행계 카드사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1위 카드사인 신한카드는 전년 대비 5.0% 감소한 6414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KB국민카드는 전년 대비 9.6% 줄어든 3786억원으로 감소폭이 더 컸으며, 우리카드는 2050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전년 대비 4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하나카드는 2505억원에서 1920억원으로 23.3% 급감했다. 삼성카드만 12.9% 증가한 6223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다른 카드사와 상반된 실적을 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이자비용이 급증한 게 실적 악화의 가장 큰 배경으로 꼽힌다. 카드사들은 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없기 때문에 카드채와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에 자금조달을 의존한다. 그런데 카드채 금리가 1년 만에 2~3배 가까이 뛰면서 이자비용이 급증했다. 신한카드의 이자비용은 5069억원에서 7107억원으로 40.2% 급증했고, KB국민카드도 5096억원으로 35.0% 불어났다.

삼성카드는 상대적으로 이자비용 관리에 성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카드채 금리 상승이 본격화되기 전에 3년 이상 장기 카드채로 자금을 미리 조달해놨다는 게 삼성카드 측 설명이다. 삼성카드의 이자비용은 3255억원에서 4333억원으로 1000억원 가량 늘었다. 신규 차입금 조달금리는 3분기 연 3.47%에서 4분기 연 4.79%로 급등했지만, 미리 조달해놓은 자금이 많아 총 차입금 조달금리가 2.43%에서 2.61%로 소폭 증가하는 선에서 선방했다.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부실에 대비한 대손충당금 전입액을 늘린 것도 카드업계 실적이 악화된 이유다. 신한카드의 30일 이상 연체율은 0.8%에서 1.04%로 소폭 늘었는데, 이에 대비한 대손충당금 전입액을 5607억원으로 26.6% 늘려잡았다. 카드업계에서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이다. 삼성카드나 KB국민카드는 각각 8%, 7% 가량 대손충당금 전입액을 늘렸다.

카드업계의 매출은 2021년에 이어 작년에도 성장세를 보였다. 물가상승률이 오르자 가계 실질소득이 줄어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리볼빙에 손을 벌리는 가계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신한카드는 신용판매대금(결제수수료 수입)이 12.1% 증가했으며 현금서비스와 카드론도 각각 7.3%·3.7% 증가했다. KB국민카드도 신용판매(9.4%)와 현금서비스(7.2%)·카드론(7.3%)이 모두 증가세를 나타냈다.

김서연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올해 카드사 실적은 더 악화될 것"이라며 "한계 차주를 중심으로 원리금 상환 능력이 떨어지면서 대손비용이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