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여전히 빈 가게…상인들 "매출 회복 안 됐는데 임대료 인상 예고"
"'큰손' 안 돌아왔는데"…명동 임대료 인상 조짐에 상인 한숨
"최근 일본과 동남아에서 관광객이 오고 있긴 하지만 '큰손'이 없어요. 예전처럼 쇼핑하러 오는 게 아니라 길거리 음식만 사 먹는 정도에요."

서울 명동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는 이모(58)씨가 체감하는 경기는 코로나19 유행 때와 큰 차이가 없다.

그는 "매출이 코로나19 이전의 30% 수준도 회복이 안 됐다"며 "매스컴이나 외부에서 보기에는 명동에 사람이 많이 다니는 것 같지만 장사하는 입장에서는 안 그렇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7일 오후 4시께 명동 거리 곳곳에서는 여행 가방(캐리어)을 끄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명동역부터 명동예술극장까지 내려가는 300m 남짓 중앙 거리에는 노점상 50여개가 영업 중이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한동안 영업을 중단했던 이곳 노점상들은 지난해 말부터 조금씩 다시 문을 열기 시작했다.

호주에서 단체여행을 왔다는 A씨(19)는 "한국 음식이 평소 궁금했다"며 "명동에서 쇼핑을 잔뜩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반면 말레이시아인 B씨(47)는 "4년 만에 명동에 왔는데 이전에는 사람이 정말 많고 쇼핑할 가게가 많았는데 지금은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고 말했다.

B씨의 말처럼 '임대 현수막'이 붙어있거나 리모델링 공사 중인 가게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골목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텅 빈 채로 방치된 가게들이 다섯 곳 중 한 곳꼴로 눈에 들어왔다.
"'큰손' 안 돌아왔는데"…명동 임대료 인상 조짐에 상인 한숨
명동 상인들은 '연말 특수효과'로 상권이 잠시 살아나다가 올해 들어 다시 침체한 분위기라고 했다.

매출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명동 골목에서 10년 넘게 음식점을 운영해온 이모 씨는 "작년 11∼12월 매출이 오르는가 싶더니 올 1월부터 장사가 다시 안된다"며 "코로나19가 다시 시작되는 느낌"이라고 우려했다.

상인들은 매출 회복이 더딘데 코로나19 기간 임대료를 내렸던 건물주들이 다시 임대료를 올리려 한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명동이 '유령 상권'이 되자 일대 건물주들은 상가 임대료를 수십% 감면했다.

그러나 거리두기 해제 이후 재계약에 맞춰 임대료를 원래 수준으로 올리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명동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40대 김모씨는 "코로나 때 건물주가 재량으로 임대료를 30%를 깎아줬다가 지금은 원상 복귀됐다"고 밝혔다.

김씨는 "코로나 전과 비교하면 매출은 20% 수준인데 물건 단가·임금·전기요금·밥값 상승분을 고려하면 마진율은 10∼15%에 불과하다"고 했다.

가방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47)씨도 "건물주가 임대료를 20∼30% 깎아줬는데 다음 계약부터는 올린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관광객이 온다고 해도 코로나19 전만 못하고 매출은 코로나 이전의 절반도 회복하지 못했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큰손' 안 돌아왔는데"…명동 임대료 인상 조짐에 상인 한숨
20년째 휴대전화 케이스 매장을 운영하는 정모(60)씨는 "매출이 지난해 9∼11월 한창 잘 나오다가 지금은 코로나 때로 다시 회귀하고 있다"며 "상권 회복을 위해서는 외국인 관광객을 제한 없이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대료를 다시 올리면 명동에 빈 가게만 더욱 늘어날 거란 우려도 나온다.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53)씨는 "임대료를 깎아줘도 못 내니까 다들 장사를 그만둔다. (주변에) 다 공실이지 않느냐"고 했다.

반면 임대인들도 임대료를 깎아주며 장기간 고통을 분담해온 만큼 이제는 다시 올릴 때가 됐다는 의견도 있다.

명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임대인 입장에서는 건물이 놀아도 세금을 계속 내야 하지 않느냐"면서도 "임대료가 원래 수준으로 올라가려면 짧게는 2년, 길게는 5∼7년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광객에 의존하는 명동 상권의 공실률은 여전히 다른 상권보다 월등히 높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명동 상권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21.5%다.

도심(7.6%)과 서울 전체(6.2%)의 3배 수준이다.

명동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은 43.5%로 역시 도심(18.3%)과 서울 전체 평균(9.1%)을 크게 웃돌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