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으로 망가진 건강 돌보다 또 창업…'초개인화 국민 건강앱' 노린다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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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복용하는 영양제가 있으신가요? 영양제 복용, 식단 관리, 운동 등 일상적인 건강 관리가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질병 발생에 기여하는 3대 위험 요인이 영양 불균형, 음주, 흡연이라고 하는데요. 이 중 가장 중요한 질병 요인은 영양 문제라고 합니다. 지난해 말 만들어진 필라이즈는 현대인의 균형 잡힌 영양 섭취를 돕고 있습니다. 고도의 기술력과 빠른 업데이트로 무서운 속도로 성장 중인데요. 한경 긱스(Geeks)가 필라이즈의 신인식 대표와 윤정원 부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창업 2회차가 되니 고객이 제대로 보이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조직 운영과정의 자잘한 풍파는 예전에 비해 무던히 넘길 수 있게 됐어요. 고객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된 셈이죠. "
필라이즈의 신인식·윤정원 공동창업자는 한경 긱스(Geeks)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두 사람은 호텔 예약 서비스 스타트업 데일리호텔에서 각각 대표와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일했다. 2019년 데일리호텔을 야놀자에 매각한 뒤 재작년 말 인공지능(AI) 기반 건강 관리 스타트업 필라이즈를 공동 설립해 두 번째 창업에 나섰다.
이들은 '이용자를 중심에 둔다'는 표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여느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스타트업이 주창하는 다소 뻔한 구호로 들릴 수 있지만, 필라이즈의 서비스는 말 그대로 이용자 개개인의 건강 데이터를 세밀하게 반영한 개인맞춤형 건강 관리 서비스를 구현하고 있다.
같은 오메가-3도 사람마다 다르게 추천
건강기능식품 수가 늘고 해외 영양제 직구가 간편해지면서 접할 수 있는 건강식품이 다양해졌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기능식 시장 규모는 6조1429억 원으로, 전년(5조 6902억원) 대비 8% 성장했다. 2019년(4조8000억원)에 비해 4년 만에 25% 가까이 커졌다.이용자는 자연히 뭘 먹어야 할지 '선택 장애'를 겪지만, 약국에 가도 궁금증을 확실히 해소하기 어렵다. 시중 약국의 대부분이 처방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예방, 관리 측면의 서비스에는 상대적으로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유튜브 의약 채널, 카페 등 온라인에서 이용자들은 수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영양제 연구를 하다 보니 수요자들 질문의 뎁스(Depth)와 디테일(Detail)이 상당했어요. 이를테면 '나는 임신부이고, 어떤 약을 먹고 있고, 비염 알레르기가 있는데 이 영양제를 먹어도 될까요?' 하는 식이죠. 자기 몸에 필요한 부분을 세밀하게 찾아가려는 니즈를 발견했어요. 서비스 중심을 개인화도 아닌 '초개인화'로 둬야겠다고 생각한 이유에요. "
두 창업자는 IT 기술만이 복잡하고 세밀한 이용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이들은 개별 이용자 단위로 기술을 구현하는 까다로운 서비스 개발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기술특허를 5개 이상 등록했고 국내외 2만 4000여 개 영양제와 일반 의약품 정보를 간편하게 검색하고, 내 건강 상태에 맞는 영양제를 추천 및 분석하는 AI 알고리즘을 개발해 플랫폼에 적용했다. 영양제 복용 효과는 건강 상태, 알레르기, 기저질환 등의 영향을 받는다. 필라이즈는 개개인의 고유한 개인건강기록(PHR)을 분석해 개인에게 가장 필요한 영양제를 추천한다. 같은 마그네슘이라고 해도 한 이용자에게는 A사의 제품을, 다른 이용자에게는 B사의 제품이 추천될 수 있다. PHR에 따라 복용량, 시간까지 분석해 복약 알람을 보내준다.
필라이즈에는 약사, 영양사 등 전문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이외에도 필라이즈 파트너 약국과 협력을 통해 전문적인 영양제 조합 및 정보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정 영양제나 성분에 대한 최신 연구 결과, 논문 등을 빠르게 반영해 신뢰를 높이는 노력도 하고 있다. 화장품 성분 분석 플랫폼 '화해'처럼 영양제도 제약사별로 성분과 각종 인증 여부 등을 분류한다. 여기에 이용자의 피드백을 반영해 AI에 이를 학습시켜 개별 이용자에게 더욱 맞춤형으로 만들어가는 식이다.
창업 후 망가진 몸... 창업 계기 돼
스타트업 창업자 대부분이 빠른 성장을 위해 전력 질주한다. 앞만 보며 달려가다 보면 놓치는 것이 생기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게 건강이다.신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수년간 고민에 잠들지 못했던 밤들, 상시로 지속되는 긴장은 만성피로와 수면장애를 유발했다. 성공적인 엑시트를 했음에도 몸에는 그 후유증이 남았다. 윤 부대표도 마찬가지로 공복혈당 조절 문제 등 건강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우리를 포함해 많은 이들이 겪는 문제이니 이를 기술로 풀어보겠다"는 비전을 공유하며 다시 손을 잡게 됐다. 10명 남짓인 필라이즈팀은 이용자의 요청을 최대한 빠르게 반영하는 것을 업무의 중심으로 한다. 이를 위해 조직 운영을 주 단위 스프린트로 이어가고 있다. 스프린트는 짧은 기간에 고강도로 마무리 짓는 프로젝트 혹은 근무방식을 말한다.
이처럼 팀원이 모두 전력 질주를 한 결과 작년 4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고 8개월 만에 월 활성 이용자 수(MAU) 30만 명을 달성했다. 현재는 40만 명을 넘어선 상태다.
개인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 시대
필라이즈는 약(Pill)과 분석한다(Analyze)는 단어의 합성어로 약을 개인에 맞게 분석한다는 의미다. 일상의 취향이나 관심사까지 반영한 초개인화 AI 기술을 활용해 촘촘한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맞춤형 영양제 추천뿐 아니라 맞춤형 영양 관리 서비스도 운영한다. 키, 체중, 건강 검진 기록, 건강 고민, 활동량 등 건강 데이터를 분석해 내 건강 목표에 맞춘 '퍼스널 식단 관리' 서비스다. 적절한 칼로리, 탄단지(탄수화물,단백질,지방) 비율과 추천 및 비추천 영양소도 확인할 수 있다. 복용 중인 영양제 정보와 통합해 알맞은 영양 성분을 추천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이용자의 민감한 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보안에도 신경 썼다. 필라이즈는 보안 전문가 채효철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했다. 채 CTO는 광주과학기술원에서 암호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보안 전문가로, 모바일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 운영사 퀵캣의 공동 창업자기도 하다. 채 CTO를 중심으로 이용자의 모든 데이터는 최소로 수집하고, 이를 모두 암호화해서 관리하고 있다. 데일리호텔 근무 시절에 CMO를 겸직한 윤정원 부대표는 특유의 세밀함을 필라이즈 브랜딩에도 녹였다. 앱 디자인에 보라색을 주로 사용했는데 이는 다양성을 뜻한다고 한다. 윤 부대표는 "이용자 10명이 있으면 이들 모두의 특성이 다 다르다"며 "보라색은 난색과 한색 모두 포용할 수 있는 색으로 다른 특성을 가진 모두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필라이즈는 '셀프메디케이션 분야 1위 서비스'를 목표로 달리고 있다. 두 공동창업자는 "국민 건강관리앱으로 인지도를 높인 다음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라며 "영양과 식단 외에 향후에는 운동, 심리 건강 등 다른 건강 관련 분야로도 확장할 계획"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