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범지역 폐교에 250명 거처 마련하고 이송 시작…지역주민 반발
'성역도시' 자처한 美시카고, 불법입국자 수용 묘책 없어 골머리
미국 시카고 시가 '불법체류자 보호 도시'(성역도시·Sanctuary City)를 자처하며 적극 수용한 중남미 출신 불법입국자 대응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3일(현지시간) 지역언론에 따르면 시카고 시는 도시 남부 우드론 지구의 폐교 건물에 최근 남부 국경 도시에서 이송된 불법입국자 250여 명을 위한 임시 거처를 조성하고 전날 3대의 버스를 동원해 첫 입주자 100명을 이동시켰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은 마을로 진입하는 버스를 가로막으며 '결사 반대' 시위를 벌였다.

시 당국은 애초 지난달 23일부터 이들을 이동시킬 예정이었으나 이송 직전 계획이 알려지고 지역주민들 사이에 반발이 일면서 일정이 늦춰졌다.

시 당국은 뒤늦게 주민들을 만나 설득 작업을 벌였으나 소용 없었다.

도로 한복판에서 버스를 막아 세운 주민들은 "시 당국은 불법입국자 이동 계획을 주민들에게 숨겼고 수용을 원치 않는 주민들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

그들의 일방적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우린 이민 반대론자들이 아니다.

시정부의 대책없는 행정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주민은 "우드론은 이미 범죄율이 높고 노숙자가 많아 주민들이 불안하게 생활하는 곳이다.

왜 신원을 알 수 없는 불법입국자들까지 떠안기나"라며 시 당국이 정치 논리에 매여 최우선적으로 돌봐야 할 주민들의 입장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역도시' 자처한 美시카고, 불법입국자 수용 묘책 없어 골머리
시카고 시는 해당 건물에 독신 남녀 250명을 수용하고 향후 2년간 그들의 임시 거처로 운영할 계획이다.

시 당국은 여러 후보지 가운데 해당 건물만 위생·안전·수용규모 등의 요건을 갖췄다고 밝혔다.

시카고 CBS방송은 시카고시가 작년 10월부터 100만 달러(약 12억5천만 원) 이상을 들여 해당 폐교 건물 내부 공사를 하면서도 불법입국자 입주 계획을 부인하며 "통상적인 유지보수 공사"로 둘러댔다고 전했다.

시카고 시는 앞서 남부 국경도시에서 이송된 불법입국자 수백명을 인근 교외도시들로 분산해 비난을 사기도 했다.

교외도시 당국과 주민들은 불법입국자 유입에 반대하며 "로리 라이트풋 시카고 시장(60·민주)이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에게 큰소리 치며 받은 이들을 교외도시 지자체에 떠넘기고 있다"고 반발한 바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래 남부 국경지역에 중남미 출신 불법입국자가 폭증하고 텍사스·애리조나 주 등이 뉴욕·워싱턴DC·시카고 등 소위 성역도시로 이들을 분산하기 시작한 이래 시카고에는 5천 명 이상의 불법 입국자가 이송됐다고 시카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이들 대부분은 망명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의회전문매체 더힐이 연방국경보호국(CBP)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22 회계연도에 미국 남부 국경에서 적발된 불법입국자 수는 276만 명 이상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