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추억 깃든 파파이스…한국에 다시 들여온 이유죠"
“마케터에게 브랜드의 인지도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입니다. 파파이스가 한국에 다시 들어온다고 했을 때 자신 있게 한국 총괄을 맡은 이유죠.”

햄버거 브랜드 파파이스를 운영하는 넌럭셔리어스컴퍼니(NLC)의 이문경 총괄책임(상무·사진)은 2020년 파파이스가 한국 진출 26년 만에 철수할 때 실무를 맡았다. 당시엔 파파이스, 버거킹 등 세계적 외식 브랜드를 보유한 캐나다 회사 레스토랑브랜드인터내셔널(RBI) 소속이었다.

그랬던 그는 RBI와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파파이스를 다시 들여오기로 결정한 신라교역의 낙점을 받아 2021년 재론칭 총괄책임을 맡았다. NLC는 신라교역이 파파이스 운영을 위해 세운 100% 자회사다. 이 상무는 강두진 NLC 대표 밑에서 마케팅, 영업, 입지 선정, 시설 관리, 구매, 재무 등 광범위한 업무를 맡고 있다.

1일 서울 화곡동 파파이스 화곡역점에서 만난 그는 “한국 버거 시장에 새로운 브랜드가 계속 등장하고 있지만 시골 초등학생까지 알 만한 브랜드는 많지 않다”고 말문을 열었다. “‘한 번 철수했던 브랜드가 잘 운영되겠느냐’는 주위의 의구심이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파파이스의 국내 인지도를 믿고 재진출 작업을 맡게 됐지요.”

그는 1990년대 후반 햄버거의 고장 미국의 오하이오주 톨레도주립대에서 유학했다. 이때 주식(主食)이라고 할 정도로 햄버거에 빠져들었다.

이 상무가 ‘직업도 햄버거와 관련된 것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해 2003년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곳은 한국맥도날드다. 이후 한·중·일 버거킹, 한국 파파이스를 거치며 햄버거 퀵서비스레스토랑(QSR) 전문가로 성장했다.

그가 햄버거업계에 발을 디딘 20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에서 햄버거는 끼니가 아니라 간식이었다. 국내 소비자는 햄버거를 ‘고기를 끼운 빵’으로 인식했다.

이 상무는 한국맥도날드에서 마케팅을 맡으며 햄버거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끼니’라는 이미지를 입혔다. “된장찌개 백반은 5000원, 햄버거 세트는 6000원이던 시절이었어요. 가성비를 앞세운 3000원 세트 메뉴를 출시하자 소비자들이 햄버거를 식사로 인식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이 상무가 거친 많은 브랜드 중에서도 파파이스는 특별한 존재다. 철수와 재상륙 작업 전반을 자기 손으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 상무는 “한국 파파이스는 QSR업계의 경쟁이 격화하면서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철수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에서 아쉬운 반응이 넘쳐나는 것을 보며 브랜드의 위력을 실감했다”고 회상했다.

파파이스의 한국 재론칭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이 상무는 이제 확장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그가 생각하는 파파이스 최고의 무기는 ‘추억’.

이에 따라 파파이스를 기억하는 소비자를 위해 메뉴는 2000년대 초반과 비슷하게 유지하되 인테리어에는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생)의 취향을 반영했다. “아버지가 사준 파파이스 버거를 이제는 아이에게 사주고 있다고 말하는 고객을 만날 때 가장 뿌듯합니다.”

파파이스는 지난달 31일 서울 강서구에 세 번째 매장인 화곡역점을 냈다. 지난해 12월 첫 매장인 강남점을 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 상무는 “앞으로 매장을 지속해서 확대하고 런치, 모닝, 배달 등의 서비스를 속속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한경제 기자/사진=이솔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