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대항마 되나"…가격 내린 포드 '머스탱 마하E' 타보니 [서기열의 실리콘밸리나우]
포드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테슬라가 모델별로 가격을 6~20% 내리고 18일 만에 주력 전기차 모델 ‘머스탱 마하 E’의 가격을 전격 인하했습니다. 제가 이곳에서 머스탱 마하 E를 직접 타봤는데요 포드의 가격인하 전략이 수요 폭발을 가져올지 저와 함께 살펴보시죠.

테슬라가 불붙인 전기차 시장의 가격인하 전쟁에 포드가 기름을 부었습니다. 포드는 현지시간 30일 머스탱 마하-E의 가격을 평균 4500달러 낮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인하폭은 모델별로 600~5900달러로 1.2~8.8%에 이릅니다. 이로써 마하 E의 가격은 이제 약 4만6000달러에서 6만4000달러 사이에서 형성됩니다.

IRA(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라 5만5000달러 이하의 차량은 연방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게되는 것도 가격인하의 이유로 꼽힙니다. 이번 인하로 여러 모델 가운데 셀렉트는 4만7500달러, 프리미엄의 기본 트림은 5만2735달러로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테슬라 대항마 되나"…가격 내린 포드 '머스탱 마하E' 타보니 [서기열의 실리콘밸리나우]
테슬라가 지난 12일 단행한 가격인하에서 가장 할인폭이 컸던 것은 모델 Y였는데요 최대 1만3000달러였습니다. 옵션이 없는 모델 Y의 가격은 5만3700~5만700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포드 경쟁 모델인 마하 E의 일부 모델보다도 가격이 낮아진 상황에서 포드는 마하 E의 가격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테슬라의 가격인하에 대해 시장에서는 수익성을 깎아내릴 수 있다며 우려 섞인 시선과 함께 시장의 주도권을 유지하는 강력한 카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죠. 그리고 월가에서는 전기차의 가격경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는데 포드의 이번 가격인하로 가격경쟁이 본격화된 겁니다.

‘머스탱 마하 E’가 테슬라 모델 Y와 경쟁할 수 있을 정도의 모델인지 제가 한번 타봤습니다.
"테슬라 대항마 되나"…가격 내린 포드 '머스탱 마하E' 타보니 [서기열의 실리콘밸리나우]
"테슬라 대항마 되나"…가격 내린 포드 '머스탱 마하E' 타보니 [서기열의 실리콘밸리나우]
포드의 대표적인 머슬카 머스탱을 전기 크로스오버로 만든 차답게 역동적인 디자인이 눈길을 잡아끕니다. 제가 탄 차량은 마하E 프리미엄 모델입니다. 한번 충전으로 247마일, 약 398㎞를 달릴 수 있다고 합니다. 내부 인테리어도 상당히 신경을 쓴 느낌입니다. 3개 운전 모드가 있어서 선택할 수 있고, 머스탱 특유의 소리를 인공으로 재현했다고 합니다. 차선 유지와 같은 안전운전을 위한 운전 보조 시스템도 갖췄습니다. 장거리 여행시 어디서 충전할지 알려주는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도 있습니다. 모델 Y와 비슷하면서도 경쟁력이 있는 부분들이 느껴졌습니다.


포드의 이번 가격인하도 테슬라처럼 수익성 하락을 감내한 조치입니다. 포드의 전기차사업부 최고고객책임자(CCO) 마린 쟈자는 “머스탱 마하 E의 모든 모델이 수익이 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어떤 모델이 수익이 나고 어떤 모델이 손해가 나는지를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이를 생산량 증가로 커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마하 E 생산량을 연간 7만8000대에서 13만대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테슬라 대항마 되나"…가격 내린 포드 '머스탱 마하E' 타보니 [서기열의 실리콘밸리나우]
쟈자 CCO는 전기차 인센티브와 테슬라의 가격인하를 언급하며 “전기차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생산량을 늘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서 원자재 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이익이 줄어드는 것을 상쇄할 수 있으리라는 예상입니다. 그는 “숫자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마하E의 생산 속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멕시코 쿠아우티틀란(Cuautitlán)에 있는 생산공장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갸하 CCO는 "생산 규모를 확대한 결과 일부 제품에서 비용이 실제로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습니다. 멕시코 공장은 2월에 정상 가동될 예정입니다. 멕시코 외에 중국에서도 마하 E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짐 팔리 포드 CEO도 “생산량을 늘리면 고객 대기시간이 단축될 것”이라며 “생산량 증가로 절감된 비용을 고객과 공유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테슬라 대항마 되나"…가격 내린 포드 '머스탱 마하E' 타보니 [서기열의 실리콘밸리나우]
포드는 차량 인도를 기다리는 고객에 대해서도 인하된 가격을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올 1월 구매해서 차량을 받은 고객에게도 비공개 보상을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테슬라 가격 인하 후 고객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던 것을 감안한 대응으로 보입니다.

마하 E는 포드를 미국 내 전기차 2위 업체로 끌어올린 주력 모델입니다. 포드는 지난해 미국에서 6만1575대의 전기차를 판매했습니다. 이 가운데 3만9458대가 머스탱 마하-E입니다. 약 64%를 차지합니다. 포드의 미국 전기차시장 점유율 약 7.6%입니다.

모터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해 미국에서 52만2000대의 전기차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장점유율 65%의 절대적인 1위 업체입니다.

아직 따라가기엔 격차가 큰데 절대적인 강자가 가격을 내리니 이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던 겁니다. 이런 전략이 가능했던 것은 테슬라의 높은 수익성 덕분입니다. 지난 4분기 테슬라의 자동차 부문 매출총이익률은 25.9% 수준입니다. 이것도 할인 때문에 전년 동기 30.6%에 비해서 하락한 겁니다. 하지만 포드나 GM 같은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는 현재 이익을 내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격을 인하했기 때문에 시장의 우려는 커질 수 있습니다.

월가는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보고있을까요?
"테슬라 대항마 되나"…가격 내린 포드 '머스탱 마하E' 타보니 [서기열의 실리콘밸리나우]
머스탱 마하 E의 가격을 인하한 30일 주가는 2.86% 하락한 12.89달러에 마감했습니다. 아무래도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밑지고 팔 수도 있다는 말에 긍정적인 투자자는 없을테니까요.

RBC캐피탈마켓의 톰 나라얀 애널리스트는 이날 투자자 메모를 통해 “더 많은 가격인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의 가격인하가 계단식 효과를 일으키기 시작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앞서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존 머피 애널리스트는 “테슬라는 GM 포드 등 완성차 업체보다 마진율이 높아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쿠션이 있다”며 “대부분 완성차 업체는 전기차에서 손해를 보고 있으며 가격을 인하하면 사업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웨드부시증권의 댄 입스 애널리스트는 트위터를 통해 "포드가 테슬라에 대응해 머스탱 EV 가격을 인하했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미니 가격전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가격인하로 올해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골드만삭스는 “가격 인하와 금융서비스 수익 약화 등으로 인해 포드가 내놓을 올해 실적 가이던스가 시장의 기대보다 낮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레피니티브 추정에 따르면 포드의 올해 주당순이익(EPS)는 전년 대비 16% 하락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도이치방크의 엠마누엘 로즈너 애널리스트는 “차량 가격 인하와 판매량 증가로 인한 손실로 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며 “포드의 올해 수익률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습니다.
"테슬라 대항마 되나"…가격 내린 포드 '머스탱 마하E' 타보니 [서기열의 실리콘밸리나우]
포드에 대해 의견을 낸 23개의 금융투자사 가운데 3곳이 강력 매수, 6곳이 매수 의견을 냈습니다. 10곳이 중립, 3곳이 비중 축소, 1곳이 매도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목표주가 평균은 14.02달러로 현재 주가 대비 7.52% 상승 여력이 있습니다.

포드는 물론 전기차만 가지고 볼 회사는 아닙니다. 하지만 전기차로 전환에 승부수를 던진 포드가 이번에는 전기차 주력 모델인 머스탱 마하 E의 가격을 내렸는데요. 과연 수익성 약화를 이겨내고 수요 증가로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