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샤는 요기 바잔이 이끄는 종교단체이자 요가 단체 3HQ 회원이었다.

그는 이 단체에 가입해 요가 강사가 됐다.

그의 수업은 인기를 끌어 데미 무어, 오언 윌슨 같은 할리우드 스타들도 다녔다.

그는 막대한 수입을 교단에 바쳤다.

'더 높은 진동'을 얻기 위해서였다.

진동이 낮거나 교리를 어긋나는 심각한 잘못을 저지를 경우, 그는 내세에 바퀴벌레로 태어날 수 있었다.

바퀴벌레를 볼 때마다 그는 교단에 대한 충성을 떠올렸다.

교주 바잔은 타샤 같은 신도들 덕택에 권세를 누렸다.

1993년 사망 당시, 바잔의 재산은 수억 달러에 이르렀다.

희망을 착취하는 그들의 언어…신간 '컬티시 광신의 언어학'
'워드 슬럿: 젠더의 언어학'을 쓴 저자이자 기자인 아맨다 몬텔의 신간 '컬티시 광신의 언어학'(The Language of Fanaticism)은 컬트 문화를 조명한 책이다.

그는 사이비 종교, 다단계 마케팅 회사, 뷰티·피트니스 산업과 SNS 인플루언서까지 다양한 단체와 인물들을 취재해 컬트의 비밀을 파헤친다.

책에 따르면 컬트라는 말은 문화적으로 배타적인 집단 구성원의 강력한 충성심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된다.

여기에는 시간과 금전적 헌신, 순응주의, 강력한 리더십과 같은 요소가 작용한다.

무엇보다 교묘한 '언어'가 컬트라는 말속에 숨겨져 있다.

컬트 단체의 지도자들은 사람들이 알고 있어야 하는 사항을 누락하고, 왜곡하며 명백한 거짓말을 한다.

희망을 착취하는 그들의 언어…신간 '컬티시 광신의 언어학'
컬트 지도자의 이 같은 말을 신도나 회원들은 맹목적으로 추종한다.

이 때문에 컬트적 언어를 흔히 '세뇌'와 관련짓는다.

세뇌됐기 때문에 그들의 황당한 이야기를 믿는다는 논리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논리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인간의 실재하는 능력을 간과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다고 말한다.

세뇌보다는 오히려 '플라시보 알약'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사람들이 믿고 싶어하는, 이미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을 믿도록 하는 언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기술이 있다.

상대를 깊이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처럼 연기함으로써 친밀감에 대한 환상을 빚어내는 기술인 '러브바밍'(Love-bombing), 우리와 저들을 나누는 '이분법', 특정 단어나 문구를 듣기만 해도 두려움이나 죄책감 등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로드된 언어'(Loaded Language), 비판적 사고를 억제해 논의 진전을 못 하게 하는 '사고 차단 클리셰'(Thought-termination cliche) 등이다.

희망을 착취하는 그들의 언어…신간 '컬티시 광신의 언어학'
이렇게 말에 유혹되는 건 인간이 모두 외로움 앞에 맥을 못 추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구심점과 유대감이 있어야 살아가는 존재들인데 전통 종교가 자리를 잃어가면서 인간은 구심점을 상실했다.

소셜미디어의 발달과 결혼의 감소로 문화권을 불문하고 고립감은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사회 참여는 기록적으로 저조하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2019년 외로움을 '유행병'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인간의 외로움을 자양분 삼아 확산하는 컬트 문화가 현대 사회에서 성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신 없이도 구루가 존재할 수 있고, 두 번 탭 하면 진입 장벽을 통과할 수 있으며 대안 신념을 가진 이들이 그 어떤 때보다 서로를 쉽게 찾아낼 수 있는 지금, 맹렬한 피트니스 스튜디오부터 '경영문화'에 컬트를 포함하는 스타트업까지 세속적 컬트는 민들레처럼 여기저기에서 싹을 틔울 수밖에 없다.

"
arte. 344쪽.
희망을 착취하는 그들의 언어…신간 '컬티시 광신의 언어학'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