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6일 국민의힘 지도부와 오찬 회동을 하고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순방 성과를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당 지도부가 3·8 전당대회 참석을 요청하자 “꼭 참석하겠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과 만찬 회동을 열었다. 정치권에선 이날 회동에 대해 ‘윤심(윤 대통령 의중) 논쟁’과 계파 논란 등 3·8 전대를 앞두고 불거진 당내 혼란을 수습하려는 취지의 모임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UAE·스위스 순방 성과 공유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의힘 지도부를 초청해 점심 식사를 했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공식 식사는 지난해 11월 25일 한남동 관저 만찬 이후 2개월 만이다. 당에서는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원회 의장, 김석기 사무총장, 박정하·양금희 수석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이진복 정무수석이 자리했다.

윤 대통령은 우선 UAE·스위스 순방 성과를 당 지도부와 공유했다. 양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UAE 방문 때 약속받은 300억달러 투자 유치에 대한 대통령의 설명이 있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대통령실과 부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UAE 투자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진행하려고 한다”며 후속 대책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고 양 대변인은 전했다.

식사 정치 재개한 尹

이날 만남의 표면적인 목적은 순방 성과 공유지만, 정치권의 관심은 3·8 전대에 관한 얘기가 오갔는지 여부에 쏠렸다. 최근 나경원 전 의원의 출마를 두고 당내에서 ‘친윤’ ‘비윤’ 논쟁이 불거진 탓이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공교롭게도 당 지도부와의 오찬은 나 전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한 다음날 이뤄졌다.

당 지도부는 윤 대통령에게 3월 8일 열릴 전대 참석을 요청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많은 당원이 모이고 전대라는 좋은 축제니까 꼭 참석하겠다”고 답했다고 양 대변인은 전했다. 양 대변인은 나 전 의원에 관한 언급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었다”며 “전대에 대해 어떻게 해달라는 말은 당무 개입 논란이 있기 때문에 한 말씀도 안 했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오후에는 권명호 태영호 의원 등 초선의원들과 만찬 회동을 했다. 만찬 회동은 전날 대통령실 제안에 따라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만찬을 원하는 의원이 많았고, 가급적 만찬 기회가 없었던 분 위주로 초청한 것으로 안다”며 “국정 운영에 대해 ‘원팀’을 강조하는 의미”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향후 당내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윤 대통령의 식사 정치는 당내 기류의 변곡점이 되곤 했다. 지난해 11월 당 지도부와의 만찬 이후 당은 전대 개최 일정을 정하고, 전대 준비에 시동을 걸었다.

이번 회동은 전대를 40여일 앞두고 이뤄진 만큼 윤 대통령이 ‘윤심’ 논란으로 분위기가 흐트러진 당을 추스르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양길성/좌동욱/맹진규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