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대통령실서 오찬 회동…"앞으로 더 많은 투자 크게 하겠다고 해"
'UAE 적 이란' 발언도 설명…국정원 대공수사권 이관에 "경찰 수사전담 살펴봐야"
3·8 전당대회 참석 요청에 "꼭 참석"…UAE산 대추야자 당에 선물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국민의힘 지도부와 오찬 회동에서 올해 첫 해외 순방 성과를 공유하고 후속 조치에 대한 여당의 협조를 당부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이 300억 달러(약 37조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하면서 "300억불 투자는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더 많은 투자를 크게 하겠다"고 말했다는 뒷얘기를 소개하며 UAE와 우리나라 간에 많은 투자가 실제로 일어날 것이란 기대감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낮 12시50분께부터 1시간여 동안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오찬에는 당에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김석기 사무총장,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박정하·양금희 수석대변인, 김미애 원내대변인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이진복 정무수석이 자리했다.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회동은 작년 11월25일 윤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로 여당 지도부를 초청해 상견례를 겸한 만찬 회동을 한 지 두 달 만이다.

이날 오찬에서는 주로 UAE·스위스 순방과 투자 유치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고 양금희 수석대변인이 국회 브리핑에서 전했다.

우선 정진석 위원장이 윤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에 UAE산 대추야자를 선물한 이야기를 꺼내며 "20년 넘게 국회 생활을 했지만, 대통령 해외순방 선물을 받은 건 처음"이라고 분위기를 띄웠고, 윤 대통령은 "UAE 대통령이 굉장히 많은 대추야자를 선물로 주셨다.

여당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에게도 선물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 비대위원장실로 대추야자 선물 세트를 보냈다.

윤 대통령은 오찬에서 "UAE에 실제로 갈 때까지는 영국이 120억불, 중국 50억불 국부 투자를 받았어서 우리는 적으면 50억불, 많으면 150억불 투자를 받지 않겠나 기대하고 갔는데, UAE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때 300억불 투자를 처음 들었다"며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알아서 해 달라는 게 UAE 이야기라, 용산과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UAE 투자 TF(태스크포스) 플랫폼을 만들어서 후속 조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또 이번 순방에 동행했던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등이 UAE에 이틀간 추가로 남아 있었고 UAE 기업과 우리나라 민간 기업 간에 실제 투자 협정을 맺은 게 7조5천억원에 달한다고 소개하면서 "같이 간 중소기업인들이 개별적인 투자 유치까지 있어서 상당히 기뻤다.

앞으로도 기업인도 (순방 때) 같이 나가서 투자유치 기회를 얻는 기회가 늘어나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방울토마토 재배 등 스마트팜 사업을 하는 청년 2명이 그 자리에서 150억원씩 즉석 투자를 받은 일화를 소개하며 "앞으로 청년들이 스마트팜과 같은 농업 쪽에 투자를 받을 수 있게 돼 희망적"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與지도부 만난 尹대통령 "UAE, '300억불 투자 이제 시작' 언급"
오찬에서는 내년 1월 국가정보원에서 경찰로 이관되는 대공수사권 문제에 대해서도 대화가 오갔다.

양 수석대변인은 "대공수사권 이관 문제에 대책이 필요하다는 건의를 드렸고, 대공수사는 간첩단 사건에서 보듯 해외에서 북한과 접촉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서 해외 수사가 같이 이뤄져야 해 대공수사권 이양에 관한 여러 가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대통령은 '해외와 연결돼 있어서 국내 경찰이 수사를 전담하는 것에 대해선 살펴봐야 한다'는 말씀이 있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순방 도중 'UAE의 적은 이란' 발언을 연일 문제 삼는 것과 관련, 해당 발언이 나온 배경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난방비 급등과 관련, 정부가 마련 중인 취약계층 에너지 바우처 지원 확대 방안에 대한 언급과 함께 "이런 부분을 좀 더 꼼꼼히 챙기겠다"는 대화도 오갔다고 한다.

이밖에 정진석 위원장은 윤 대통령에게 '올해가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는 해'라면서 이를 기념하기 위한 여러 가지 행사를 정부가 잘 준비해주면 좋겠다고 건의했고 윤 대통령이 "잘 준비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찬은 공교롭게도 나경원 전 의원의 당 대표 선거 불출마 선언 다음날 이뤄졌으나, 나 전 의원을 비롯해 당권주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고 참석자들은 밝혔다.

다만 정진석 위원장이 3월 8일 열릴 전당대회 준비 상황과 컷오프(예비경선) 도입, 개최 장소 등을 설명하며 윤 대통령이 참석해줄 것을 요청했고, 윤 대통령은 "우리 당의 많은 당원이 모이는 자리이고, 좋은 축제니까 꼭 참석하겠다"고 답했다고 양 수석부대변인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