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성 상품 위험등급, 운용사 아닌 판매사가 정하는 게 원칙"
앞으로 펀드 등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투자성 상품 판매 과정에서 금융상품 판매사가 기초자산의 변동성이나 환율 리스크 등을 감안해 위험도를 1~6등급으로 나눠 소비자한테 안내해야 한다. 자산운용사가 정한 펀드 위험등급을 은행이나 증권사가 그대로 가져다 쓰는 관행이 사라지고, 판매사의 책임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투자성 상품 위험등급 산정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24일 밝혔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에선 금융사가 투자성 상품을 권유하거나 자문할 때 그 상품의 위험등급을 정해 소비자한테 설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금융사 별로 제각각이던 위험등급 산정 기준을 이번에 공통 기준에 맞춰 정비해 위험등급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게 금융위 입장이다.

금소법상 일부 상품을 제외한 모든 투자성 상품이 이번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이다. 펀드와 장내파생상품, 파생결합증권 등 뿐 아니라 변액보험과 특정금전신탁 등도 포함된다. 위험등급은 금융상품 판매사가 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상품 제조사가 정한 위험등급을 사용하는 게 적절하다가 판매사가 판단한다면, 제조사의 위험등급을 이용할 수 있다. 판매사와 제조사의 위험등급이 다를 경우 판매사는 해당 등급의 적정성에 대해 제조사와 협의할 필요가 있다.

위험등급은 6단계로 구분된다. 1등급 상품이 가장 위험하고 숫자가 커질 수록 위험도가 낮아지는 식이다. 기초자산의 변동성, 신용등급, 상품구조의 복잡성, 최대 원금손실 가능액, 환매와 매매의 용이성 등이 고려된다. 외화표시 파생결합증권이나 외화표시 집합투자증권, 해외채권 같이 외국통화로 투자가 이뤄지는 상품의 경우 환율 변동성을 고려해 위험등급을 1등급 상향하는 것이 원칙이다. 환 리스크가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2개 등급을 높일 수도 있다. 다만 환헷지 등으로 환율 위험이 없다고 판단한다면 이 같은 등급 조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유동성 위험은 해당 상품의 중도환매 가능 여부 및 비용 정도에 따라 ‘중도환매 불가’, ‘중도환매시 비용 발생’, ‘중도환매 허용’ 3단계로 구분하고 관련 세부사항은 별도로 기재한다. 원금의 20%를 초과하는 손실이 날 수 있는 파생결합증권과 파생상품, 투자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펀드 등 자본시장법상 ‘고난도금융투자상품’의 경우 2등급보다 낮은 등급을 부여할 수 없다.

위험등급은 상품을 권유·판매하는 시점에 최초로 산정된다. 수시로 판매되거나 환매가 가능한 상품의 경우 결산시점에 맞춰 연 1회 재산정해야 한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오는 4분기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소비자가 본인이 가입하려고 하는 투자성 상품의 위험성에 대해 보다 잘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