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징계령 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군형법에 불명확한 성별 개념 명확히"
대법은 "이성 간에도 가능한 행위"…대법 판례 배치 지적도
軍, 추행은 '동성 성관계' 명시 추진…"영내 기강훼손시 징계"
군이 군형법 체계에서 암묵적으로 동성 성관계를 뜻하던 '추행'에 '동성 간 사안'이라는 의미를 명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군형법의 추행죄가 동성에 국한된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례와 배치된다는 지적도 있어 논란이다.

23일 국방부가 입법예고한 상태인 군인징계령 시행규칙 개정안에는 '추행이란 군인에 대한 동성 간 항문성교나 구강성교 그 밖에 이와 유사한 행위'라고 규정하는 내용이 새로 포함됐다.

그간 군인 동성 성관계를 처벌하는 조항이던 군형법 제92조 제6항의 추행죄 등에는 항문성교에 대한 언급이 있을 뿐 이를 '동성 성관계'로 지칭하는 부분은 없었는데 군의 관련 규정에 최초로 '동성'이라는 표현이 들어가는 것이다.

이 개정안은 군에서 추행이 폭행·협박이 수반되는 '강제추행'과 같은 기준에 따라 징계가 이뤄지고 있으니 별도의 추행 징계양정 기준을 마련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에 따라 만들어졌다.

실제 개정안은 추행에 강제추행보다 낮은 수위의 징계 기준을 적용하는 내용도 포함했는데, 기존 법규에 없던 추행의 의미를 추가하는 데까지 한발 더 나아갔다.

국방부는 군형법 추행죄가 과거에는 남성 간 성행위를 뜻하는 '계간'(鷄姦)을 다뤘던 만큼 원래부터 남성 간 성관계에 대한 함의가 있었기 때문에 동성이라는 표현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형법에는 성별 개념이 없이 나와 있어서 불명확하다 보니 확장해석될까 봐 더 명확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국방부의 입장은 대법원 판례와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

대법원은 군형법상 추행 혐의로 기소됐던 군 간부에 대한 지난해 4월 21일 상고심에서 군형법의 추행죄가 동성에 국한된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軍, 추행은 '동성 성관계' 명시 추진…"영내 기강훼손시 징계"
대법원은 "군형법의 '항문성교'는 성교행위의 한 형태를 가리키는 것으로 문언만으로는 이성 간에도 가능한 행위"라며 "동성 군인 간 성행위 그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이라는 해석이 당연히 도출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합의에 따른 성행위를 한 경우처럼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두 보호법익 중 어떤 것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까지 처벌 대상으로 삼는 해석은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적 공간에서 상호 합의로 이뤄진 남성군인 간 성관계를 군형법으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군인징계령 시행규칙 개정안대로 추행의 개념에 '동성 간'이라는 의미를 더하게 되면 군형법에 대한 대법원의 해석과 충돌하는 표현이 하위 시행규칙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국방부는 개정안 내용을 인권위와 협의했다고 밝혔지만, 동성 표현을 추가하는 부분은 인권위와 논의 과정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한다.

또 인권위는 '사적 공간에서의 자발적 합의에 따른 경우는 추행 및 징계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단서 조항을 달자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다른 한편에서는 군형법 92조 6항의 타당성을 떠나 법 조항이 존재하는 이상 정부 부처인 국방부는 이를 지키기 위한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헌법재판소에서는 군형법 해당 조항의 헌법소원심판청구 및 위헌법률심판청구 사건들이 계류 중이며, 2002·2011·2016년 3차례 심판에서 모두 합헌 결정이 나왔다.

국방부 관계자는 "대법원은 영내에서 군 기강이 훼손되는 것에 대해서만 추행죄를 유지하도록 판례를 정립하고 있다"며 "저희도 그런 경우에만 징계하려는 것이고, 어떤 시류를 되돌리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