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이자 장사 막는다"…예대금리차 공시 효과는?
지난해 8월 금융당국이 인터넷‧지방은행을 포함한 19개 은행의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 월별 비교공시를 시작했지만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과 개별 은행 상황 등을 면밀히 고려할 수 없다는 차원에서다.

◆5대 시중은행 예대금리차 감소

금융당국이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를 도입한 것은 매달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를 공개해 은행 간 금리 경쟁을 유도하고 금리차를 줄이기 위함이다. 하지만 당국 의도와는 달리 예대금리차는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22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첫 공시 당시 17개 은행(산업‧한국씨티은행 제외) 7월 가계 평균 예대금리차(정책서민금융대출 제외)는 1.98%포인트를 기록했다. 이후 금리차는 9월(2.13%포인트)까지 대출금리 상승으로 연이어 올랐다. 기준금리 인상기에는 가파르게 뛰는 변동형 대출금리를 예금금리 인상 속도가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작년 9월 기준 가계대출 잔액 가운데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78.4% 수준으로 높았다.

반면 10월 들어 은행권 수신금리가 최고 연 5%를 넘기는 등 급격히 오르자 금리차는 1.6%포인트로 줄었다. 11월(1.63%포인트)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은행채 발행 재개와 금리 인하 압박 등으로 예금금리가 떨어지기 시작한 12월엔 1.73%포인트로 다시 커졌다.

◆“단순 금리차 경쟁은 실효성 떨어져”

들쑥날쑥한 예대금리차 추이에 단순 공시로는 실질적인 금리차 감소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견이 제기됐다. 시장 흐름과 당국 규제 상황 등을 정확히 반영하기 어려워서다.

특히 최근 당국의 금리 간섭이 심해지면서 예대금리차 공시 혼란이 더 커졌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공시제를 도입한 지난해 7월 당국은 은행의 예금금리 인상을 독려했다. 하지만 금리 인상에 따라 지난해 11월분 신규 취급액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역대 최고치인 4.34%을 기록하는 등 은행의 자금 부담이 커지고 대출금리도 덩달아 뛰자 태도를 바꿨다. 연말부터는 과도한 수신금리 인상이 시장 안정을 방해한다며 금리를 다시 내리라고 당부했다. 여기에 은행들의 자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은행채 발행도 허용했다.

이에 따라 앞서 인상한 예금금리는 대출금리에 반영된 반면, 당국 개입으로 예금금리는 단기간에 하락하자 예대금리차가 커졌다는 것이 은행권 설명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공시를 통해 은행들이 예대금리차를 적극 관리하게 한다는 점에선 효과가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은행이 통제하기 힘든 외부 변수들로 인한 금리차 인상분은 인위적으로 줄일 수 없어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저신용자 대출 통로 막힐 부작용은 여전

가계 사정이 어려운 서민과 외국인 등 저신용자가 대출을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예대금리차를 줄여야 한다는 은행들의 압박감이 커지면 금리가 높은 중‧저신용자 대출 문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예대금리차가 2%포인트를 웃도는 케이뱅크와 전북은행은 전체 대출 가운데 중‧고금리 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상당해 예금금리와 격차가 벌어지기 쉬운 구조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처럼 중금리 대출을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은행이거나, 은행 자체적으로 서민 대출을 많이 취급할 경우 예대금리차는 당연히 커진다”며 “정책금융대출이 예대금리차 산정에서 제외됐어도 비슷한 성격의 개별 은행 상품은 제외되지 않아 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