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이자장사’ 경고에도 은행의 예대금리차(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가 오히려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의 수신금리 인상 자제령 이후 은행들이 대출금리보다 예금금리를 더 많이 낮춘 영향으로 풀이된다.

20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정책서민금융(햇살론뱅크·햇살론15·안전망대출)을 제외한 국내 17개 은행(산업·한국씨티은행 제외)의 가계부문 평균 예대금리차는 1.73%포인트로 전달(1.63%포인트)보다 0.1%포인트 커졌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 중에선 국민(0.61%포인트)의 예대금리차 인상분이 0.2%포인트로 가장 많았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징수한 세금 등을 단기간 낮은 이자로 보관하는 농협은행(0.94%포인트)의 예대금리차는 5개월 연속 5대 은행 중 가장 컸다.

예대금리차가 확대된 배경으로는 급격한 예금금리 하락이 꼽힌다. 지난해 11월 중순 연 5%를 넘어선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당국의 예금금리 인상 자제령 이후 이달엔 연 3%대까지 떨어졌다.

5대 은행의 이날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3.67~3.95%로 한국은행 기준금리(연 3.50%)와 비슷하다. 5대 은행 중 가계 예대금리차가 가장 작은 국민은행의 지난해 12월 가계대출 금리는 연 4.98%에서 연 5.05%로 0.07%포인트 올랐지만 저축성 수신금리는 연 4.57%에서 연 4.44%로 0.13%포인트나 내렸다.

당국의 금리 인하 압박에 은행들은 대출금리도 줄줄이 낮추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4%포인트 내렸다. 지표금리인 신규 취급액 코픽스 6개월과 12개월 변동 기준 만기 15년 이상 주담대 상품이 대상이다. ‘우리 아파트론’ 대출금리는 전날 연 6.36~7.36%에서 이날 연 5.96~6.96%로 하향 조정돼 최고 금리가 연 7% 아래로 내려왔다.

농협은행도 이날부터 주담대 변동금리를 0.8%포인트 인하한다. 국민은행도 오는 26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신규 취급액 코픽스 기준 최대 1.05%포인트, 신잔액 코픽스 기준 최대 0.75%포인트 내린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