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또 파업…대국민 택배 협박은 이제 그만" [전효성의 유통인싸]
《CJ대한통운 택배가 다시 멈출 위기에 놓였다. CJ택배노조가 '택배 요금은 올랐는데 택배기사 처우 개선은 이뤄지지 못했다'며 설 연휴 이후 부분 파업을 예고한 것. 한국경제TV는 김종철 CJ대한통운택배대리점연합회장으로부터 이번 파업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김 회장은 "택배 요금 인상분의 분배는 약속된 비율에 따라 정해진다"며 "소비자 상품을 볼모로 한 대국민 협박을 제발 멈춰달라"고 밝혔다. 편집자주.》



Q. 민주노총 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CJ택배노조)가 설 이후 파업을 예고했다.

"2021년에 택배노조가 4번을 파업했습니다. 2022년에도 연초부터 3월 중순까지 장기간 파업이 있었고요. 그 과정에서 CJ대한통운과 대리점연합이 손을 내밀었고 노조도 어느정도 수긍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죠. 이후에 지금까지 20여차례 협상을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택배 요금 인상(판가 인상)분의 분배 구조에 불만이 있다며 파업을 시작하겠다고 예고한 거죠."

*CJ대한통운택배대리점연합은 개인사업자인 CJ대한통운 대리점주들의 연합체다. 지난 2017년 설립돼 CJ대한통운 본사와 택배 기사 사이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Q. 노조는 택배요금 인상분을 택배기사 처우 개선에 활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택배요금이 올해부터 박스당 122원 오르는데, 배송기사 수수료는 너무 적게 올랐다는 주장인데 납득이 안됩니다. 택배요금은 택배회사, 대리점, 택배기사의 분배 기준에 의해서 정해집니다. 집하 수수료는 얼마, 배송 수수료는 얼마, 이렇게 정해져 있는거죠. 판가를 얼마를 올리든 배분 기준이 있는건데, 갑자기 노조가 배분 비율을 높여달라고 주장하고 나선거죠. 이런 분배 구조는 택배 사업이 시작된 이후 오랫동안 유지돼 온 체계인데 말 그대로 억지 주장을 하고 있는겁니다.

그리고 2023년 판가 인상은 이미 2022년 11~12월 초에 결정이 된 사안입니다. 이미 고객사에게는 공지가 됐고, 언론을 통해서도 'CJ대한통운의 2023년 요금은 얼마나 오릅니다' 이렇게 공지가 됐죠. 몇달 전부터 모두에게 공개돼서 알고 있는 사안인데, 뜬금없이 노조는 판가인상 얘기를 몇달이 지나서 들고 나온 거죠."

Q. 지난해 초 노조가 장기간 파업을 했을 때 발생한 피해는 어느정도라고 보나.

"파업 전 CJ대한통운의 택배시장 점유율이 51%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파업이 이어지면서 점유율이 42%까지 떨어졌어요. 이후에 회복을 하기는 했지만 원상회복이 안 되더라고요. 높아봐야 45% 수준입니다. 파업을 거치며 신뢰를 잃은거죠. 택배는 약속이 기본인데 파업·태업을 거치며 그게 깨진거죠.

지금 택배시장 경쟁은 매우 치열합니다. 풀필먼트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유통업체가 자체적으로 택배를 운영하기도 하니까요. 고객은 새로운 서비스, 더 좋은 서비스를 요구하는데 우리는 파업에 발목잡혀서 기본적인 서비스를 못하는 상황이다 보니까 CJ대한통운의 신뢰가 빠르게 떨어지는 겁니다. 노조 측은 택배 기사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말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회사와 대리점, 배송기사 전체에 피해를 입히는 결과를 가져오는 겁니다."
김종철 CJ대한통운대리점연합 회장(사진 좌측)이 지난해 3월 택배노조와 '표준계약서 부속 합의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종철 CJ대한통운대리점연합 회장(사진 좌측)이 지난해 3월 택배노조와 '표준계약서 부속 합의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Q. 이번에 택배노조는 1,600여명의 부분 파업을 예고했다. 부담이 되는 숫자인가.

"1,600명 모두가 빠진다고 해도 서비스에 차질이 생기진 않습니다. 대체인력도 있고, 원청이 대신 배송하는 방법도 있거든요. 문제는 노조가 그런 대체 배송을 막는다는 겁니다. 출입구를 막는다거나, 차량으로 입구를 봉쇄한다거나, 현장에 들어와서 대체 배송하는 사람들을 방해하는 거죠. 노조법이 중요하면, 사용자의 권리도 보장해야 하잖아요. 기본적인 대체 배송도 불법적으로 막는 거죠. 특히 과거 정부는 그런 불법적 행위에 대해 공권력을 투입하기를 꺼려했습니다.

택배 상품은 택배 기사의 물건도 아니고 원청 물건도 아니고, 고객의 물건입니다. 본인들이 파업을 한다면 다른 방법으로 배송하는 건 놔둬야죠. 택배 서비스는 이제 국민의 필수 서비스가 됐습니다. 고객을 볼모로 본인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건 인정받을 수 없다고 봅니다. 다만, 이번 정부는 노조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을 하는 모습이고, 경찰도 적극적으로 개입을 하고 있어서 노조의 불법적인 행위가 발생했을 때 빠른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최근 행정법원이 원청인 CJ대한통운이 하청노조와 단체협상을 해야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파업과 관련이 있다고 보나.



"이번 파업의 핵심 이유라고 봅니다. 판가 인상에 대한 분배를 요구하는데 그건 핑계라고 보고요. 'CJ대한통운 원청이 택배노조와 교섭에 나서라'고 주장하려는 목적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원청이 하청노조와 협상하라는 판결은 택배시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결정이라고 봅니다. 비슷한 이슈를 겪고 있는 제조기업은 말 그대로 하청 노동자도 근로자거든요. 그런데 택배는 다릅니다. 개인 사업자끼리 계약 관계에서 움직이는 거잖아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왜 자꾸만 근로자로 봐달라고 주장하냐는 거죠. 택배 대리점과 택배기사는 세금계산서를 주고받는 계약관계입니다. 원청과 대리점 관계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사업자 관계고요. 그런데 이 관계에서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것부터 잘못됐다는 거죠."

*지난 2021년 고용부 산하 중앙노동위원회는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와 단체 교섭에 나서라'는 결정을 내렸다. 원청인 CJ대한통운이 상품 인수와 인도시간 단축, 작업환경 개선 등 택배 기사에게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니 교섭의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CJ대한통운은 중노위원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CJ대한통운은 현재 항소를 예고한 상태다.
지난해 2월 CJ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 본사를 점거했을 때 당시의 모습.
지난해 2월 CJ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 본사를 점거했을 때 당시의 모습.
Q. 택배기사와 계약한 대리점주가 협상에서 배제되는 게 문제라는 얘긴가.

"2021년 6월에 생활물류서비스법이 생겼습니다. 법에서는 택배 사업자(원청)와 택배 영업점(대리점), 택배 기사를 세 축으로 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대리점을 주요 단체로 판단했는데, 정작 교섭에서 대리점을 건너뛰는 건 논리적으로 안 맞는다는 거죠. 그래서 택배업의 특수성이 전혀 반영되지 못했다고 보는 겁니다. 기본적으로 근로기준법만 적용해서 판단한 것이 아닌가, 이렇게 보는 거죠."

Q. 파업을 예고한 노조 측과 대화 노력은 하고 있나.

"노조도 그렇고 저희도 그렇고 함께 대화할 수 있습니다. 택배 기사는 계약 당사자인 대리점과의 교섭을 통해서 원하는 요구를 얻어낼 수 있거든요. 거기서 한계가 발생한다면 대리점은 원청을 상대로 추가적인 요구를 해서 개선할 부분은 개선하는 거고요. 서로가 주장할 수 있는 상대가 정해져 있는 상황입니다. 그게 계약관계라는 거죠. 서로 그런 절차들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충분히 풀어나갈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봅니다."
"파업 또 파업…대국민 택배 협박은 이제 그만" [전효성의 유통인싸]
전효성기자 zeo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