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개편 전문가 포럼…"교차지원 학생들 이탈률 높지 않았다" "통합형 수능 본 입학생들 데이터 분석 후 개선책 마련"
통합형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도입 후 빚어진 '문과 침공'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가들은 대학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강경진 서강대 입학사정관은 17일 서강대 정하상관에서 교육부 주최로 열린 제3차 2028 대입 개편 전문가 포럼에서 "과목 선택에 대한 편견을 대학, 수험생, 일선 고교가 타파해야 한다"며 "의외로 학생들이 의지가 있으면 대학에 와서 적응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대학들도 간과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강 입학사정관은 서강대의 경우 통합형 수능이 도입되기 전인 2019∼2021학년도 정시모집에서 계열별 과목 지정을 폐지하고 교차지원을 허용했다고 소개했다.
계열 지정을 폐지하고 입학한 학생들을 분석해보니 교차지원으로 들어온 학생들의 이탈률이 높지 않았다고 했다.
인문계열이 많이 선택하는 수능 수학 나형을 치르고 이공계열에 입학한 학생들의 성적도 수학 가형을 선택한 학생과 거의 비슷했다고 했다.
통합형 수능이 도입된 2022∼2023학년도 수능에서는 이공계열 학과의 요구를 반영해 자연 계열 학과에는 수학 미적분과 통계를, 탐구 영역에서는 과학을 요구했지만 2024학년도 정시부터 모든 계열의 선택과목 지정을 폐지하는 '실험'을 재차 추진한다고 전했다.
강 입학사정관은 "(문과에서 이과로, 이과에서 문과로 교차지원하는 학생들이) 섞이는 데 일정 시간이 필요하고, 학생들이 섞이다 보면 (문과 불리 문제가) 완화되는 순간이 올 것"이라며 "그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대학마다 생각이 상이하긴 하지만 우리 대학만 그렇게(선택과목 지정 폐지)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라며 동조하는 대학이 늘어나면서 통합형 수능에서 빚어진 문과 불리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그러면서 "고교 현장에 대해서도 대학 교수님들이 이해해야 하고, 대학도 학생들이 모든 것들을 고교에서 배워야 한다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며 "학생들이 기업에 갈 때 대학에서 모든 것을 배우지 않는 것처럼 대입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학들이 변화를 줄 수 있도록 일관되고 지속적인 입시 정책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고교 현장에서도 통합형 수능에 따른 문과 불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대학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서희 서울 중동고 교사는 "학교 현장에서는 문·이과 구분이 없는데 대학은 통합형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며 "물론 학생들이 특정 학과에 입학해 기본적인 내용을 이해하려면 어떤 과목을 공부했어야 한다는 대학 측의 사정도 이해되지만, 대학이 학교 현장과 따로 간다면 어떤 해결책이 와도 달라질 것 같지 않다"고 꼬집었다.
송주빈 전국 대학교 입학관련처장협의회 회장은 "문·이과 통합형 수능을 치르고 입학한 학생들이 3월이 되면 2학년이 되는데, 각 대학에서 분석이 이뤄지고 있다"며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선점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학도 변환표준점수 등을 사용해 학생 유불리가 없도록 매우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