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아파트./사진=한경DB
은마아파트./사진=한경DB
정부와 서울시가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추진위)·입주자대표회에 대한 수사를 의뢰한다. 제대로 된 증빙서류 없이 공금을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C노 반대 집회에 썼다는 이유에서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한 합동점검 결과 총 52건의 부적격 사례를 적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들 사례에 대해선 수사 의뢰, 행정지도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점검 결과 추진위와 입주자대표회의가 GTX 반대 집회에 공금을 사용한 것에 대해 입주자 동의 유무가 확인되지 않는 등 위법 사항이 드러났다. 추진위는 집회 비용 9700만원을 잡수입에서 지출하며 주민들에게 과반수가 찬성한 '잡수익 사용 동의 결과'를 공고했다.

그러나 가구별 서면 동의 결과를 증빙하는 자료는 없었다. 집회 참가비를 받은 참가자가 실제 집회에 참여했다는 증거도 없었다. 공동주택관리법상 장부 및 증빙서류를 5년간 보관하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이 건에 대해 강남구청은 관계 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이번 점검으로 추진위가 임의로 운영비를 집행한 뒤 예산안을 사후 추인한 점도 확인됐다. 추진위가 정보공개 의무를 위반한 사례도 55건 적발됐다. 추진위는 토지 등 소유자의 알 권리 보호를 위해 정비 사업 정보를 15일 이내에 공개하게 돼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도시정비법 위반으로 관계 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업무추진비를 근무 시간 외에 사용한 경우엔 업무 연관성을 증빙해야 하지만 증빙 서류가 없었고 업무추진 전반에 대한 내부 감사보고서가 없어 감사가 실제 이뤄졌는지도 확인할 수 없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장기수선충당금에서 지출해야 하는 공용 시설 보수·교체공사 비용을 수선유지비, 승강기 유지비에서 지출하는 등 회계를 부적격하게 처리한 13건도 적발됐다.

입주자대표회의 의결 없이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등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도 11건의 부적격 사례가 적발됐다. 시설교체·유지·하자보수를 했을 때는 유지관리 이력을 공동주택관리 정보시스템에 등록해야 하는데 이를 위반한 것이다. 그 밖에 입주자대표회의 운영 전반에서의 부적정 사례는 9건 적발됐다.

국토부는 은마아파트에서 관리부실과 위법 사항이 여러 건 발견된 만큼 추진위·입주자대표회의 운영 과정을 관찰하고 부적정한 사항이 발견되면 추가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또 근거 없는 주장으로 주민을 선동하는 행위에는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