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릭스 “자체 개발 갈낙 NASH 적용 계획…2025년 글로벌 톱3”
“경쟁사들이 보유한 약물전달체 갈낙(GalNAc)을 독자적으로 확보함으로써 글로벌 바이오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이동기 올릭스 대표는 1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체 개발한 갈낙 ‘올릭스 일레븐(OliX XI)’ 활용 계획을 밝혔다. 이 대표는 “간 질환 프로그램 중 아직 공개되지 않은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타깃 파이프라인이 두 개가 있다”며 “내부적으로 OliX XI을 NASH에 적용하는 방향으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빅파마는 아직 치료제가 없는 NASH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지난해 11월 영국 제약기업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는 애로우헤드(Arrowhead)의 NASH 파이프라인 ARO-HSD 확보를 위해 계약금 1억2000만 달러(1480억원)를 포함해 총 10억3000만 달러(1조2800억원)를 지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ARO-HSD 역시 갈낙이 적용됐으며, 임상 1/2상 단계다.

갈낙은 우리 몸의 성분 중에 하나다. A형 혈액형의 표면 항원을 구성하고 있으며, 단백질의 당화에 기여한다. 간세포 수용체와 결합이 잘 된다는 게 밝혀지면서, 짧은간섭리보핵산(siRNA) 플랫폼을 이용한 신약 개발에서 약물전달체로 사용하게 됐다.

박준현 올릭스 연구소장은 “신약으로 가능성을 최종적으로 증명하려면 비임상을 거쳐 사람에게서 안전성 결과 확보를 거쳐야 하는 과정이 남아있긴 하다”며 “하지만 siRNA 치료제에서 통상적으로 갈낙보다 RNA 독성에 대한 우려가 더 큰 편이다. 갈낙이 다른 약물전달체와 다르게 이미 인체에 있던 성분이기 때문에 OliX XI 독성 이슈는 없을 거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올릭스는 그동안 외부에서 들여온 갈낙으로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해왔다. 2020년 미국 AMC로부터 갈낙의 특허권에 대한 글로벌 권리를 도입했다. 갈낙 도입 1년반 만에 중국 한소제약과 대형 기술이전 계약을 맺는 성과를 냈다.

향후 기술수출은 OliX XI을 사용하게 될 예정이다. 박 연구소장은 “AMC 갈낙으로 개발한 파이프라인의 기술수출은 적은 금액일지라도 로열티를 AMC에 지불해야 한다”며 “OliX XI을 적용한 파이프라인은 A부터 Z까지 우리 기술이며, 2025년에 siRNA 플랫폼 기반 바이오기업 중 글로벌 톱3에 진입한다는 목표에 성큼 다가서게 됐다”고 강조했다.

OliX XI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소재한 자회사 올릭스US(OliX US) 연구소에서 탄생했다. 올릭스US는 신동원 올릭스 최고기술경영자(CTO)가 이끌고 있다. 신 CTO는 2019년 올릭스 합류 전까지 미국 트라이링크 바이오테크놀로지(Trilink Biotechnologies)에서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Oligonucleotides) 합성 전문가로 활약했다. 신 CTO가 합류하면서 자체 갈낙 개발에 속도가 붙었으며, 내년 중에는 OliX XI의 미국 특허 등록이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갈낙이 간에서만 작용하는 것을 두고 한계점이자 단점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신 CTO는 “약물이 간세포에만 정확히 갈 수 있다는 건 단점이 아니라 엄청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른 약물전달체들은 눈, 뇌 등 질환이 있는 장기로만 가는 게 아니라 혈액을 타고 다른 부위로도 영향을 미친다. 그만큼 부작용이 발생하는 장기가 많아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경쟁사들이 간세포 이외에 siRNA가 작용할 수 있는 약물전달체를 찾고 있지만, 갈낙만큼 안전하고 특이적인 기술이 탄생하는 건 쉽지 않다고 본다”며 “특정 장기에서 발생하는 모든 질병에 대응할 수 있다는 건, 파이프라인 생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siRNA 플랫폼으로 신약 개발하는 업체 중 글로벌 톱4는 앨라일람(Alnylam), 애로우헤드, 다이서나(Dicerna), 더 메디슨스 컴퍼니(Medicines Company)가 꼽힌다. 올릭스는 이들 경쟁사 뒤를 이어 현재 톱5에 올라섰다고 평가했다. 2025년에는 톱3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