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6일 1230원대로 마감하며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둔화한 데다 엔화 유로화 등이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가 약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6원 내린 1235원30전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1230원대에서 거래를 마친 건 지난해 5월 31일(1237원20전) 후 7개월여 만이다.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해 4월 18일(1234원40전) 후 최저치다.

환율은 이날 3원30전 내린 달러당 1238원에 출발했다. 장중에는 1231원70전까지 저점을 낮추기도 했다. 지난 9일 1240원대로 내려온 원·달러 환율은 5거래일 만에 1230원대로 진입했다. 미국 물가 상승률이 둔화한다는 경제지표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미 중앙은행(Fed)이 긴축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강(强)달러 흐름은 잦아들고 있다.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같은 달 대비 6.5% 상승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달(7.1%)보다 둔화한 수치로, 2021년 10월 이후 14개월 만의 최소 상승 폭이다. 미국 소비자의 향후 1년간 물가 예상치를 반영한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 4.4%에서 이달 4.0%로 하락했다.

달러 외 주요 통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도 원·달러 환율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일본은행이 17~18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 긴축에 나서고 유럽이 미국보다 긴축을 더 유지할 것이란 전망으로 엔화와 유로화는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해 6월 이후 최저 수준인 101.75까지 하락했다.

위안화 역시 강세를 보였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중국과의 무역관계 회복을 강조하면서 중국 내 석탄 공급이 원활해질 것이란 기대 등으로 위안화 강세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