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중견기업 성장촉진 전략’을 내놨다. 글로벌 진출, 공급망 안정, 디지털 전환, 중소기업 성장사다리 구축이라는 네 가지 정책 목표와 방향은 무난해 보인다. 특히 중견·대기업으로의 성장을 기피하는 국내 중소기업계 일각의 해묵은 ‘피터팬 증후군’ 극복을 과제로 명시하고, 매년 100개씩 ‘고성장 혁신기업’ 1000개를 선정·지원해 나가겠다는 대목이 주목된다.

중견기업 육성 의지는 평가할 만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중견기업이 왜 활성화하지 못했는지 배경과 요인을 잘 살피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법적 지위’가 바뀌면 금융·세제 등에서 98가지 지원이 끊기고 규제는 20개 늘어난다. 이러니 최근 5년간 중소기업확인서를 받은 기업은 145만 개에 달하는 데 비해 중견기업은 5526개(2022년 11월, 산업부 국감자료)에 불과하다. 심지어 3년간의 ‘졸업 유예제도’를 적용받으며 한사코 중소기업으로 남겠다는 기업도 최근 5년간 4189개에 달했고, 중소기업으로 되돌아간 곳도 271개나 됐다. 대·중소기업으로 나누는 것으로도 모자라 정부가 ‘업종별로 매출 400억~1500억원 초과, 자산은 5000억~10조원 미만’으로 중견기업을 따로 두고 규제를 촘촘히 하면서 비롯된 현상이다. 규제 입법이 피터팬 증후군을 조장한 셈이다.

모험을 피하고 법적 중소기업에 안주하며 지원 혜택이나 누리려는 업계 일각의 풍토에도 문제는 있다. 요컨대 야성의 기업가정신이 더 필요하다. 그런 점을 봐도 2030년까지 중견기업을 1만 개로 키워낸다는 정부 전략은 대대적인 규제 철폐와 함께 중소·중견의 차별 칸막이 자체를 없애는 쪽으로 가야 한다. 중소기업이 규제와 지원이 뒤섞인 온실에 안주하지 않도록 기업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다.

규제 혁파는 비용 측면에서도 최선이다. 정부는 이번 중견기업 1만 개 프로젝트에 2033년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지만, 규제 불이익이 없다면 중소기업 스스로 덩치를 키울 것이다. 산업정책에서 규제완화는 ‘가성비 갑’의 정책이다. 그렇게 글로벌 유니콘 기업을 키워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