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5년간 일한 박물관 베테랑…박물관장-교수 겸직 현실 속 변화 주목
성균관대박물관장에 김대식 씨…학예직 출신 첫 대학박물관장
국내 대학 박물관에서 교수가 아닌 학예직 직원이 처음으로 관장에 정식 임명됐다.

15일 학계에 따르면 성균관대는 지난 12일 김대식 박물관 학예실장을 박물관장에 임명했다.

김 관장은 성균관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사를 전공한 그는 1998년부터 성균관대 박물관에서 학예사로 일하며 30여 차례 전시를 기획했다.

2003년부터는 학예실장을 맡아 유물 관리 및 전시를 총괄 운영해왔다.

2018년에는 조선 후기 과거를 보는 장소인 과장(科場)에 등장한 커다란 우산, 정조가 과거 합격자들에게 술을 따라 주었다는 잔인 팔환은배(八環銀杯) 등을 재현한 전시를 선보여 주목받기도 했다.

성균관대 박물관에서 학예직이 관장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학교 측은 박물관에서 약 25년간 일하며 쌓은 전문성을 높이 평가해 임명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 안팎에서는 대학교 박물관장에 학예직이 임명된 자체가 큰 변화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성균관대박물관장에 김대식 씨…학예직 출신 첫 대학박물관장
그간 대학 박물관은 사학이나 미술학 등을 전공한 교수가 관장을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주요 대학 박물관을 보면 관련 학과 교수가 박물관장을 겸임하고 있다.

서울대 박물관은 권오영 국사학과 교수가 박물관장 겸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고려대 박물관은 송양섭 한국사학과 교수가, 연세대 박물관은 조태섭 사학과 교수가 각각 관장이다.

일부 대학에서 학예직이 관장 역할을 하기도 했으나 대부분은 직무를 대신하는 경우였고, 정식 절차를 거쳐 관장으로 임명받은 사례는 없었다고 학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성균관대 박물관의 한 관계자는 "대학 박물관에서 학예직을 관장에 임명한 사례는 국내에서 처음"이라며 "다른 곳에서는 (정식 관장 임명이 아니라) 관장 직무 대리 형태"라고 설명했다.

교수들을 중심으로 한 대학 박물관장의 '유리천장'이 깨졌다는 평가도 있다고 또 다른 관계자는 귀띔했다.

김 관장은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대학 박물관은 학예사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다양한 유물을 관리하면서 전문성을 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 박물관의 전시는 아이디어와 스토리텔링의 싸움"이라며 "소장한 유물에 이야기를 붙이고 하나하나 꿰맞춰 다른 박물관과 차별화되는 좋은 전시를 선보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