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부자인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회장(73)이 장녀인 델핀 아르노(47)에게 주요 브랜드인 크리스챤 디올을 맡겼다. 세계 최대 명품 기업인 LVMH의 가족 경영 체제가 더 공고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LVMH는 델핀 아르노가 크리스챤 디올의 최고경영자(CEO)로 승진했다고 1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임기는 다음달 1일부터다. 델핀은 맥킨지를 거쳐 2000년부터 크리스챤 디올에서 12년, 루이비통에서 10년 동안 경력을 쌓았다. 그는 2003년 최연소로 LVMH 이사회에 합류했으며, 이번에 처음으로 CEO를 맡게 됐다. LVMH에서 크리스챤 디올은 루이비통에 이어 두 번째로 가치 있는 브랜드로 여겨진다.

LVMH는 루이비통 등 브랜드를 갖춘 ‘명품 제국’으로 통한다. 유럽 증시에서 가장 시가총액이 큰 기업이기도 하다.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에 따르면 아르노 회장의 자산은 1780억달러(약 222조원)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제치고 세계 1위 부자다. 세계 주요 명품 소비국 중 하나인 중국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서 올해 들어 LVMH 주가는 11%가량 상승했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 /한경DB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 /한경DB
LVMH는 여러 유럽 명품 기업들처럼 가족 경영을 고수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델핀에게 크리스챤 디올 CEO를 맡기면서 아르노 회장 일가의 LVMH 지배력이 더 강해졌다”고 평했다. 아르노 회장의 다섯 자녀는 모두 LVMH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장남인 앙투안 아르노(45)는 지난달 LVMH 지주회사의 CEO에 올랐다. 차남인 알렉상드르 아르노(30)는 티파니의 임원, 3남인 프레데릭 아르노(28)는 태그호이어의 CEO로 재직 중이다. 막내아들인 장 아르노(24)는 루이비통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아르노 회장이 당분간 은퇴할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다. 회사가 지난해 CEO 정년을 75세에서 80세로 올려서다.

한편 크리스챤 디올의 현재 CEO인 피에트로 베카리는 기업의 핵심인 루이비통 CEO로 이동한다. 베카리는 크리스챤 디올 CEO로 재직하면서 4년 동안 브랜드 연매출을 3배 늘린 등의 공로를 인정받았다. 시장에서는 루이비통 단일 브랜드의 매출이 지난해 218억유로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