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를 내는 흐름도 계속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공급망 불안 지속으로 무역적자가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對)중국 무역이 만성적자로 고착화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 범부처 수출 지원 총력전 >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범부처 수출지원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수출증가율이 높은 보건의료 등 유망 산업의 맞춤형 수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뉴스1
< 범부처 수출 지원 총력전 >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범부처 수출지원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수출증가율이 높은 보건의료 등 유망 산업의 맞춤형 수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뉴스1

○새해 시작부터 무역수지 ‘비보’

對中 수출 -24%·반도체 -29%…10일간 무역적자 무려 63억弗
11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1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138억62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9% 줄었다. 지난해 10월부터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다. 조업일수(7.5일)를 고려한 하루평균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1% 줄었다. 관세청이 열흘 단위로 수출입 동향을 집계하기 시작한 2017년 이후 1~10일 기준 최대 감소폭이다.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9.5% 급감했다. 반도체는 한국의 최대 수출 품목이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줄었고, 지난해 11월부터는 감소폭이 계속 20%를 웃돌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가격이 급락한 탓이다. 철강제품(-12.8%)과 정밀기기(-11.5%), 컴퓨터 주변기기(-10.9%), 가전제품(-50.4%) 등의 수출도 부진했다. 석유제품(26.9%)과 승용차(51.7%), 무선통신기기(43.5%) 등의 수출은 늘었다. 국가별로는 중국(-23.7%) 베트남(-5.1%) 대만(-23.0%) 등에 대한 수출이 감소했다.

이 기간 수입액은 201억3400만달러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6.3% 늘었다. 원유(-6.5%) 가스(-12.9%) 등 에너지원 수입은 줄었다. 지난해 1월과 비교하면 그나마 가격이 안정된 결과다. 석탄(26.0%)과 기계류(28.5%) 등의 수입은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중국(16.1%)과 미국(2.8%), 유럽연합(17.3%) 등 주요국으로부터의 수입이 모두 늘었다.

1~10일 무역수지는 62억7200만달러 적자였다. 작년 같은 기간(49억5400만달러 적자) 대비 규모가 커졌다. 관세청 집계 이후 1~10일 기준 역대 최대 규모 무역적자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4월부터 내리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달에도 최종적으로 적자를 낸다면 10개월 연속이다. 10개월 이상 연속 무역적자는 1995년 1월~1997년 5월 후 처음이다.

○올해 더 어두워진 수출 전망

더 큰 문제는 당분간 수출 감소 및 무역적자 확대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계속 거론되고 있고, 반도체 가격이 당분간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대중국 무역수지가 더 악화할 조짐도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해 수출이 지난해 대비 4.5%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산업연구원도 2023년 경제산업 전망을 통해 주요 13개 업종 중 조선산업만 지난해보다 수출액 증가폭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와 2차전지, 바이오·헬스는 증가폭이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를 비롯한 나머지 9개 산업은 지난해보다 수출 규모가 감소할 것이라는 게 산업연구원의 판단이다.

역대 최대 규모 적자를 낸 지난해(-472억달러)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무역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2년 이상 연속 무역적자를 낸 것은 1990~1997년이 마지막이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