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지적해온 바커 형제…"용산 기념비엔 1만9천여건 이름 틀려" 선친 한국전 참전으로 관심…2014년부터 美 정부기록 오류 수정 노력
미국 워싱턴 DC의 한국전참전용사기념공원에 건립된 추모의벽에 전사자 이름 일부가 잘못됐다고 지적한 테드 바커씨는 10일(현지시간) "DC 추모의벽보다 한국의 참전기념비에 있는 오류가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연구자로 '한국전 프로젝트'(Korean War Project)라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테드 및 할 바커 형제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 및 이메일 인터뷰에서 용산전쟁기념관의 한국전 전사자 명비와 캘리포니아주 플러턴 오렌지카운티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도 같은 문제가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테드 바커씨는 "두 기념비 모두 매우 오래되고 부정확한 미국 국방부 사망자 분석시스템(DCAS) 자료를 사용했다"면서 "국립문서기록관리보관소(NARA)법에 따라 DCAS에 한번 기록되면 수정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워싱턴 DC 추모의벽처럼 애초 잘못 기록된 오래된 데이터를 사용하면서 일부 전사자 이름에 오류가 반복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테드 바커씨는 용산전쟁기념관에 있는 미군 전사자 이름 가운데 1만9천324명이 성이나 이름, 중간이름 등이 잘못된 것으로 추정했다.
할 바커씨는 추모의벽에 있는 이름 오류와 관련, "전사자 이름 오류를 수정하고 추모의벽도 고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바커 형제를 인용해 추모의벽에 있는 미군 전사자 이름의 오류를 보도했다.
이와 관련, 추모의벽 건립을 담당했던 한국전참전용사기념재단(KWVMF)의 제임스 피셔 전 사무총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미국 의회가 정한 한국전 전사라는 법적 기준에 따라 건립됐으며 관련 권한은 국방부가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지 추모의벽에 포함돼야 하는데 빠졌다는 항의가 온 것은 없다"고 밝혀 바커씨 형제와는 다른 주장을 폈다.
다음은 바커씨 형제와의 일문일답.
--한국전 전사자 명단의 오류를 인지하게 된 계기는. ▲ (할) 1993년 한국전 원본 데이터에 오류와 누락이 있다는 것을 처음 발견했고 1998년에 미국 국방부에 수정을 요청했다.
국방부가 10년에 걸쳐 수정했으나 2011년에 재확인할 결과 새 데이터베이스에도 오류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2014년과 2015년에 한국전참전용사기념재단(KWVMF)에 이런 오류를 알렸고 정부에도 통보했으나 우리 경고는 무시됐다.
(테드) 우리는 백악관, 국방부 등을 접촉했으나 별 성과가 없었다.
--미국 정부에 접촉했을 때 반응은. ▲ (할) 그들은 우리 도움은 필요하지 않으며 (가진) 데이터가 정확하다고 했다.
이것은 사실이 아니며 그 결과 일부 이름에 오류가 있거나 일부는 추모의벽에서 이름이 빠지게 됐다.
--추모의벽의 오류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확인했나.
▲ (테드) 정보자유법에 따라 국방부에 자료를 요청해 우리 데이터와 국방부 데이터를 비교했다.
우리는 국립문서기록관리보관소(NARA) 데이터로 시작해서 유가족 증언 등을 통한 크라우드소싱(crowd sourcing·대중을 통한 정보 확보) 방식으로 이를 업데이트했다.
두 자료 비교를 통해 국방부 원래 데이터에서 1천700여 건의 수정이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1천여 건은 이름 철자가 여전히 틀렸고 245명의 전사자 이름은 한국전과 관련이 없었다.
또 500여 명의 전사자는 이름이 누락됐다.
한국 정부도 당황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추모의벽 전사자 오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 (할) 국방부가 우리와 다시 접촉해서 전사자 이름 오류를 수정하고 추모의벽도 고치길 희망한다.
만약 국방부가 협조한다면 전사자 이름 오류를 수정하는 데 2년이 걸릴 것으로 본다.
--NYT 보도 이후에 국방부나 KWVMF로부터 연락이 있었나.
▲ (테드) 없다.
3~4개월 전 국방부로부터 문제 해결을 도와주길 원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국방부가 검토할 수 있도록 500건의 (오류) 사례를 보냈으나 그 이후에 아무 얘기를 들은 게 없다.
오류로 치자면 한국의 참전기념비에 있는 오류가 워싱턴 DC에 있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한국에 있는 것은 끔찍할 정도로 나쁘다(horribly bad). --용산 전쟁기념관에 있는 전사자 명비를 말하는 것인가.
▲ (테드) 그렇다.
캘리포니아주 플러턴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도 같은 문제가 있다.
두 기념비 모두 매우 오래되고 부정확한 미국 국방부 사망자 분석시스템(DCAS) 자료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군이 관리하는 DCAS에 기록되면 NARA법에 따라 수정될 수가 없다.
반면 우리 데이터는 계속 업데이트된다.
--용산전쟁기념관 한국전 전사자 명비에 있는 미군 이름은 얼마나 오류가 있나.
▲ (테드) 한국에 있는 전사자 명비 디자이너와 직접 접촉할 수는 없었고 그래서 구글 등에서 다양한 근접 사진을 토대로 비교했다.
2021년 6월 기준으로 1만9천324명의 이름에 오류(일부는 중복 오류)가 있었다.
구체적으로 ▲ 성(性) 849건 ▲ 이름 887건 ▲ 중간 이름 1만8천56건 ▲ 호칭 20건 ▲ 하이픈(-) 296건 등이다.
--한국전쟁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 (할) 아버지가 1951~52년에 한국전에 헬기 조종사로 참전했다.
나는 아버지가 전쟁에서 왜 그렇게 많은 훈장을 받았는지 궁금해서 해병대에 편지를 보내게 됐다.
그래서 한국전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고 한국전쟁사에 대해 일하기로 했다.
--현재 운영 중인 '한국전 프로젝트' 웹사이트는 무엇인가.
▲ (할) 1995년 인터넷상에 처음으로 생긴 한국전 웹사이트다.
우리는 수천 개의 웹페이지에서 한국전 관련 기록과 정보를 제공한다.
그리고 인터넷상에서 가장 정확한 한국전 사상자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가 한미동맹 70주년인데. ▲ (할) 한미간 동맹은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