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부정채용 의혹' 한국노총 사무총장, 무고죄로 역고소
이동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이 아들의 부정 채용 의혹을 제기한 한국노총 간부들을 고소했다.

이 사무총장 측은 9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한국노총 관계자들을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사무총장은 오는 17일로 예정된 한국노총 집행부 선거의 후보자다. 위원장 선거는 김만재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위원장(기호 1번), 김동명 현 한국노총 위원장(2번), 이동호 현 한국노총 사무총장(3번)이 출마를 선언해 3파전 구도로 흐르고 있다.

한국노총 일부 관계자들은 이 사무총장이 아들을 한국노총 산하 장학재단에 계약직원으로 부정 채용했고, 자신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국우정노동조합(우정노조) 출신 인사를 한국노총에 채용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지난 2일 이 사무총장을 업무방해와 뇌물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고발인들은 이씨의 입사 과정이 공개 채용 절차를 거치지 않는 등 비정상적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정노조 조합원들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압력을 행사하고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 사무총장 측은 이후 보도자료를 내 “노총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특정 캠프의 치졸한 공작”이라며 제기된 의혹을 강하게 부정해 왔다. 또 “흔들림 없이 한국노총 내 적폐를 뿌리 뽑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한편 이 사무총장의 친정인 우정노조와 우정본부 안에서 조직 경쟁을 펼치고 있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민주우체국본부는 이날 "‘우정총파업승리’가 성과라는 당시 우정노조 위원장 후보의 주장은 우정노동자들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주장"이라며 이 사무총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실명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전국민주우체국본부는 "2019년 당시 우정노조 지도부는 직권조인으로 파업을 철회했다"며 "당시 아픈 역사를 만든 장본인이 3년 만에 승리의 역사라고 주장한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이 사무총장이 선거 유세 과정에서 밝힌 내용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정본부에서 교섭대표 노조인 우정노조는 집배원 처우 개선을 놓고 2019년 7월 파업을 앞두고 있었으나 회사와 극적으로 합의에 도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소수노조인 민주노총 집배노조 등은 "충분하지 않은 대안"이라며 우정노조 지도부를 규탄했고 이후 극심한 노노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선거를 코앞에 두고 안팎에서 이 사무총장을 흔드는 모양새"라며 "선거 이후에도 고소·고발과 관련한 수사가 이어지면서 노총에 영향을 주지나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