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체포 특권 과하다"던 이재명 대표, 자신에겐 어떻게 적용할까 [홍영식의 정치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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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불체포·면책특권 제한 공약 매번 공염불
李대표, 지난해 “의원 특권 폐지 100% 찬성”
민주당, 1월 임시국회 단독으로 소집
“함께 싸워야”…체포안 넘어온다면 ‘방탄’ 가능성
李대표, 지난해 “의원 특권 폐지 100% 찬성”
민주당, 1월 임시국회 단독으로 소집
“함께 싸워야”…체포안 넘어온다면 ‘방탄’ 가능성
우리 국회가 대표적인 고비용·저효율 집단이란 사실은 새삼스럽지 않다. 의원들이 누리는 특권만 1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과거보다 특권이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다른 주요국 의회와 비교해 여전히 많다. 지난달 28일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체포 동의안 부결에서 확인된 ‘불체포 특권’뿐만이 아니다.
국회의원 연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보좌진 9명(인턴 2명 포함)에 소요되는 연봉은 4억원이 넘는다. 국민 1인당 소득 대비 의원 보수는 미국·영국·일본 등에 비해 1.5배 정도 많다. 보좌진 수도 일본과 유럽의 주요 국가들의 4~5명에 비해 두 배에 이른다. 공항 귀빈 주차장과 귀빈실을 이용해 입출국 수속을 밟을 수 있다. 국회 병원 무료 이용과 연 2 회 이상 해외 시찰, 차량 유지비, 항공료 지원 등도 있다. 반면 조사 때마다 우리 국회의 경쟁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 수준이다.
여야는 선거 때마다 이런 특권 없애기를 국회 개혁 차원에서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매번 공염불이었다. 2008년 총선 이후 의원 세비 30% 삭감, 무노동 무임금 도입 등 관련법을 제출해 놓고 자동 폐기되는 일이 반복됐다. 21대 국회만 하더라도 지난해 5월 30일 후반기 임기가 시작됐지만 상임위원회 구성 합의가 늦어지면서 국회 활동은 50일 넘게 공전했다. 그럼에도 여야 모두 무노동무임금 공약이 무색하게 의원 1인당 급여 2200만원을 받았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듣기 위해 본회의에 딱 한 번 참석하고 하루 평균 42만원 정도를 받은 것이다. 국회가 멈춰 서 있던 동안 의원 60여 명이 해외 출장을 떠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제헌국회 이후 체포 동의안 58건 제출, 가결 13건뿐
국회 원 구성 협상을 둘러싼 힘겨루기를 없애기 위해 본회의나 상임위 개최 일정을 사전에 정하는 ‘캘린더 국회’ 도입 법안도 제출됐지만 무위로 돌아갔다. 부정부패에 연루된 국회의원을 유권자가 직접 심판할 수 있도록 하는 ‘국민소환제 도입’ 법안도 여러 번 제출됐지만 제대로 된 논의는 없었다.
의원 특권 중에서도 최고는 불체포 특권과 면책 특권이다. 모두 헌법에 규정된 특권이다. 헌법 제44조 1항엔 ‘현행범이 아닌 한 임시·정기 국회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 2항엔 ‘국회의원이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된다’고 돼 있다. 45조엔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면책 특권을 규정하고 있다. 이런 특권들은 다른 주요국에서 볼 수 없다.
국회의원들이 이런 특권들을 활용한 예는 수두룩하다. 최근엔 뇌물·불법 정치 자금 수수 혐의를 받는 노웅래 의원이 불체포 특권을 누렸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이 국회 기자 회견장이 아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 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것은 면책 특권을 노린 것이다.
1948년 제헌국회 때부터 국회의원들에게 이런 특권을 준 것은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권력의 부당한 탄압으로부터 의원들을 보호하려는 취지에서였다. 하지만 뇌물수수나 횡령·배임 등 비리 의원들의 보호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제헌국회 이후 지금까지 58건의 체포 동의안이 제출됐지만 가결된 것은 13건뿐이다. 부결은 16건, 나머지는 임기 만료로 폐기되거나 철회됐다.
정치권은 불체포 특권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이어지자 손질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체포 동의안이 본회의에 보고 뒤 72시간 이내에 처리되지 않으면 다음 본회의에 자동 상정하는 것으로 찔끔 고치는 데 그쳤다. 그나마 본회의 보고 자체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표결에 부치지 않는 바람에 자동 폐기되기도 했다. 실제 지난 20대 국회에 제출된 체포 동의안은 모두 5건이었는데, 하나도 가결되지 않았다.
여야는 지난해 대선과 지방 선거를 앞두고 불체포 특권 개혁안을 내놓았다. 국민의힘은 체포 동의안이 본회의에 보고된 뒤 24시간 이후 48시간 이내에 표결되지 않을 경우 가결된 것으로 간주하고 표결 방식도 무기명 방식에서 기명 투표로 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민주당 정당혁신추진위원회도 체포 동의안이 본회의에 보고되면 즉시 의결하고 표결 방식도 역시 기명으로 하는 혁신안을 내놓았다.
인사에 관한 안건을 무기명 투표로 한다는 국회법은 1952년 제정됐다. 누가 찬·반을 했는지 알 수 있는 기명 투표할 경우 의원들이 자칫 핍박을 받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무기명 표결은 ‘제 식구 감싸기’로 악용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여야가 정치 개혁의 일환으로 기명 투표 전환을 약속했지만 역시 말뿐 노웅래 의원 표결도 무기명으로 이뤄졌다. 271표 가운데 찬성은 101표에 그쳤고 반대 161표, 기권 9표였다. 정의당이 표결 전 찬성 방침을 밝힌 상황이어서 169석의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반대하면서 부결시킨 것이다.
‘노웅래 체포 동의안’ 부결, ‘이재명 방탄’ 정지 작업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사정 기관이 야당 대표와 현직 의원 수사·기소를 남발하고 있다”고 했고 노 의원은 “정상적인 수사가 아니라 사람 잡는 수사, 부당한 수사의 억울한 희생양”이라고 했지만 검찰 수사 상황을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검찰의 노 의원 자택 압수 수색 결과 5만원권 묶음 등 3억여원의 현금이 발견됐다. 노 의원은 “부의금이나 출판 기념회에서 나온 것으로 문제 없는 돈”이라고 했다. 하지만 거액을 오랫동안 집에 현금으로 보관한데 대한 의혹이 적지 않다. 더욱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따르면 금품 수수 상황이 녹음된 파일에는 “저번에 주셨는데 뭘 또 주냐, 저번에 그거 제가 잘 쓰고 있는데”라는 노 의원 음성과 함께 돈 봉투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 담겨 있다.
그런데도 당초 노 의원 체포 동의안에 대해 가결 기류가 강했던 민주당이 부결로 선회한 것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2023년 정치판 최대 이슈인 이 대표에 대한 체포 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올 경우 부결시키기 위한 ‘예행 연습’이라는 것이다. 노 의원은 가결시키고 이 대표에 대해선 부결시키면 명분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이재명 방탄’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인 셈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를 보호하기 위해 1월 임시 국회를 소집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의원들의 면책·불체포 특권이 너무 과하다. 특권 폐지에 100% 찬성한다”고 한 바 있다. 이 말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우선 자신에게부터 적용해야 마땅하다는 지적이다. 노 의원 체포 동의안이 부결된 날은 검찰이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 이 대표를 소환하려는 날이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소환에 불응한 채 광주로 내려가 “나라와 민주주의, 여러분 스스로를 지키고 우리의 이웃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함께 싸워야 한다”고 외쳤다. 그러다가 오는 10일 검찰에 출석하겠다고 했다. 1월 임시국회는 이 대표의 검찰 출석 하루 앞서 시작된다. 이 대표가 특권 폐지에 찬성하겠다고 했는데,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될 경우 자신에게도 그대로 적용할까. 지금으로선 가능성이 낮아보인다.
홍영식 논설위원
국회의원 연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보좌진 9명(인턴 2명 포함)에 소요되는 연봉은 4억원이 넘는다. 국민 1인당 소득 대비 의원 보수는 미국·영국·일본 등에 비해 1.5배 정도 많다. 보좌진 수도 일본과 유럽의 주요 국가들의 4~5명에 비해 두 배에 이른다. 공항 귀빈 주차장과 귀빈실을 이용해 입출국 수속을 밟을 수 있다. 국회 병원 무료 이용과 연 2 회 이상 해외 시찰, 차량 유지비, 항공료 지원 등도 있다. 반면 조사 때마다 우리 국회의 경쟁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 수준이다.
여야는 선거 때마다 이런 특권 없애기를 국회 개혁 차원에서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매번 공염불이었다. 2008년 총선 이후 의원 세비 30% 삭감, 무노동 무임금 도입 등 관련법을 제출해 놓고 자동 폐기되는 일이 반복됐다. 21대 국회만 하더라도 지난해 5월 30일 후반기 임기가 시작됐지만 상임위원회 구성 합의가 늦어지면서 국회 활동은 50일 넘게 공전했다. 그럼에도 여야 모두 무노동무임금 공약이 무색하게 의원 1인당 급여 2200만원을 받았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듣기 위해 본회의에 딱 한 번 참석하고 하루 평균 42만원 정도를 받은 것이다. 국회가 멈춰 서 있던 동안 의원 60여 명이 해외 출장을 떠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제헌국회 이후 체포 동의안 58건 제출, 가결 13건뿐
국회 원 구성 협상을 둘러싼 힘겨루기를 없애기 위해 본회의나 상임위 개최 일정을 사전에 정하는 ‘캘린더 국회’ 도입 법안도 제출됐지만 무위로 돌아갔다. 부정부패에 연루된 국회의원을 유권자가 직접 심판할 수 있도록 하는 ‘국민소환제 도입’ 법안도 여러 번 제출됐지만 제대로 된 논의는 없었다.
의원 특권 중에서도 최고는 불체포 특권과 면책 특권이다. 모두 헌법에 규정된 특권이다. 헌법 제44조 1항엔 ‘현행범이 아닌 한 임시·정기 국회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 2항엔 ‘국회의원이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된다’고 돼 있다. 45조엔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면책 특권을 규정하고 있다. 이런 특권들은 다른 주요국에서 볼 수 없다.
국회의원들이 이런 특권들을 활용한 예는 수두룩하다. 최근엔 뇌물·불법 정치 자금 수수 혐의를 받는 노웅래 의원이 불체포 특권을 누렸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이 국회 기자 회견장이 아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 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것은 면책 특권을 노린 것이다.
1948년 제헌국회 때부터 국회의원들에게 이런 특권을 준 것은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권력의 부당한 탄압으로부터 의원들을 보호하려는 취지에서였다. 하지만 뇌물수수나 횡령·배임 등 비리 의원들의 보호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제헌국회 이후 지금까지 58건의 체포 동의안이 제출됐지만 가결된 것은 13건뿐이다. 부결은 16건, 나머지는 임기 만료로 폐기되거나 철회됐다.
정치권은 불체포 특권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이어지자 손질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체포 동의안이 본회의에 보고 뒤 72시간 이내에 처리되지 않으면 다음 본회의에 자동 상정하는 것으로 찔끔 고치는 데 그쳤다. 그나마 본회의 보고 자체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표결에 부치지 않는 바람에 자동 폐기되기도 했다. 실제 지난 20대 국회에 제출된 체포 동의안은 모두 5건이었는데, 하나도 가결되지 않았다.
여야는 지난해 대선과 지방 선거를 앞두고 불체포 특권 개혁안을 내놓았다. 국민의힘은 체포 동의안이 본회의에 보고된 뒤 24시간 이후 48시간 이내에 표결되지 않을 경우 가결된 것으로 간주하고 표결 방식도 무기명 방식에서 기명 투표로 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민주당 정당혁신추진위원회도 체포 동의안이 본회의에 보고되면 즉시 의결하고 표결 방식도 역시 기명으로 하는 혁신안을 내놓았다.
인사에 관한 안건을 무기명 투표로 한다는 국회법은 1952년 제정됐다. 누가 찬·반을 했는지 알 수 있는 기명 투표할 경우 의원들이 자칫 핍박을 받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무기명 표결은 ‘제 식구 감싸기’로 악용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여야가 정치 개혁의 일환으로 기명 투표 전환을 약속했지만 역시 말뿐 노웅래 의원 표결도 무기명으로 이뤄졌다. 271표 가운데 찬성은 101표에 그쳤고 반대 161표, 기권 9표였다. 정의당이 표결 전 찬성 방침을 밝힌 상황이어서 169석의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반대하면서 부결시킨 것이다.
‘노웅래 체포 동의안’ 부결, ‘이재명 방탄’ 정지 작업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사정 기관이 야당 대표와 현직 의원 수사·기소를 남발하고 있다”고 했고 노 의원은 “정상적인 수사가 아니라 사람 잡는 수사, 부당한 수사의 억울한 희생양”이라고 했지만 검찰 수사 상황을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검찰의 노 의원 자택 압수 수색 결과 5만원권 묶음 등 3억여원의 현금이 발견됐다. 노 의원은 “부의금이나 출판 기념회에서 나온 것으로 문제 없는 돈”이라고 했다. 하지만 거액을 오랫동안 집에 현금으로 보관한데 대한 의혹이 적지 않다. 더욱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따르면 금품 수수 상황이 녹음된 파일에는 “저번에 주셨는데 뭘 또 주냐, 저번에 그거 제가 잘 쓰고 있는데”라는 노 의원 음성과 함께 돈 봉투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 담겨 있다.
그런데도 당초 노 의원 체포 동의안에 대해 가결 기류가 강했던 민주당이 부결로 선회한 것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2023년 정치판 최대 이슈인 이 대표에 대한 체포 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올 경우 부결시키기 위한 ‘예행 연습’이라는 것이다. 노 의원은 가결시키고 이 대표에 대해선 부결시키면 명분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이재명 방탄’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인 셈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를 보호하기 위해 1월 임시 국회를 소집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의원들의 면책·불체포 특권이 너무 과하다. 특권 폐지에 100% 찬성한다”고 한 바 있다. 이 말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우선 자신에게부터 적용해야 마땅하다는 지적이다. 노 의원 체포 동의안이 부결된 날은 검찰이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 이 대표를 소환하려는 날이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소환에 불응한 채 광주로 내려가 “나라와 민주주의, 여러분 스스로를 지키고 우리의 이웃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함께 싸워야 한다”고 외쳤다. 그러다가 오는 10일 검찰에 출석하겠다고 했다. 1월 임시국회는 이 대표의 검찰 출석 하루 앞서 시작된다. 이 대표가 특권 폐지에 찬성하겠다고 했는데,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될 경우 자신에게도 그대로 적용할까. 지금으로선 가능성이 낮아보인다.
홍영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