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은행권 가계대출이 통계 작성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금리 여파로 대출 이자 부담이 급증한 데다 부동산 주식 암호화폐 등 자산시장이 침체한 영향이란 분석이다.

5대 은행 가계대출 16조↓…18년 만에 첫 감소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기준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92조533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709조529억원)보다 16조5194억원 급감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이 각각 7조7370억원, 2조2901억원 증가했지만 개인 신용대출이 20조5808억원 줄어든 영향이 컸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의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통계를 봐도 국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10월 902조6670억원으로 2021년 12월(910조1049억원)보다 7조4379억원 감소했다. 이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3년 10월 이후 예금은행의 연말 가계대출 잔액이 전년 동기보다 감소한 적은 없다. 따라서 지난해 5대 은행을 포함한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통계 작성 후 18년 만에 처음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이례적으로 가계대출 잔액이 줄어든 것은 금리가 급격히 올랐기 때문이다. 작년 초 연 4%대 중후반이었던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 상단이 최근 연 8% 돌파를 눈앞에 두면서 대출고객들은 신용대출부터 서둘러 갚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부동산 주식 암호화폐 시장이 차갑게 식으면서 차입 투자를 위한 대출 수요가 크게 줄었다.

반면 지난해 말 기준 5대 은행의 총수신 잔액은 1877조2421억원으로 전년 동기(1754조3592억원)보다 122조8829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연 1.25%에서 연 3.25%로 치솟으면서 수신금리가 덩달아 상승한 영향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