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토 16세, 새해 부활의 희망 품도록 12월 31일 선종한듯"
[바티칸 르포] 조종 울려퍼진 성베드로 광장엔 세계각국 추모객들로 '인산인해'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2022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현지시간) 95세로 선종하자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 주위는 추모객과 취재진으로 가득 찼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중심으로 전임 교황의 장례를 차분히 준비 중인 교황청은 오후 16시(현지시간) 조기를 게양하고 조종을 울리며 애도했다.

그러나 전임 교황의 선종을 처음 겪는 교황청은 이 외에 다른 지침을 내놓지 않았다.

바티칸 시국을 지키는 스위스 근위대와 바티칸 헌병대 역시 평상시와 같은 제복을 걸치고 근무를 섰다.

교황청은 지금까지는 교황의 선종 시 장례에 이어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가 이어졌으나 이번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재위 중이어서 현 교황이 직접 장례미사를 주례한다고 발표했다.

현 교황이 전임 교황의 장례 미사를 직접 주례하는 일 역시 전례 없던 일이다.

교황청이 이날 오후 5시로 예정된 송년 미사를 위해 광장을 비워둔 가운데 광장 주변은 연말연시를 맞아 전 세계 곳곳에서 온 관광객과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선종 소식을 전하는 취재진, 그리고 묵주기도를 하는 여러 무리의 성직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바티칸 르포] 조종 울려퍼진 성베드로 광장엔 세계각국 추모객들로 '인산인해'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던 브라질에서 온 한 신학생은 12살 때부터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선출과 교황직 취임, 교황직 사임을 지켜보면서 남다른 애정을 품고 있었다며 "학업을 위해 로마에 와서 베네딕토 16세의 여러 서적을 공부하고 있었는데 오늘 오전 선종 소식을 접하고 매우 놀랐다.

베네딕토 16세가 그리울 것"이라고 말했다.

폴란드에서 온 한 수녀는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을 매우 사랑했는데, 선종하셔서 몹시 슬프다"며 "전 교황의 업적은 앞으로 역사에서 크게 증명될 것"이라고 했다.

요한 바오로 2세, 베네딕토 16세에 이어 프란치스코 현 교황에 이르기까지 여러 교황을 지켜봤다는 이탈리아의 젊은 부부는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우리를 위해 1월 1일이 아닌 12월 31일에 돌아가신 것 같다"며 "한 해의 마지막 날을 슬픔 속에 보내지만, 그의 사랑으로 새로운 한 해를 부활의 희망을 품고 기쁘게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유해는 내년 1월 2일 월요일부터 사흘간 성 베드로 대성전에 안치돼 대중에 공개될 예정이라고 교황청은 밝혔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장례식은 내년 1월 5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례로 오전 9시 반에 열릴 예정이다.

베네딕토 16세는 전임자인 요한 바오로 2세 전 교황, 후임자인 프란치스코 현 교황과 같은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으나 그의 장례식에는 수많은 인파가 모여들 것으로 관측된다.

2005년 요한 바오로 2세가 선종했을 때는 각국 정상을 비롯해 시신을 참배하려는 전 세계 순례자 100만여 명이 바티칸을 찾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