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텔레그램을 구독하시면 보다 편리하게 콘텐츠를 편리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블라인드 인터뷰
[마켓PRO]"韓게임주, 판호 열려도 어렵다"…시장의 걱정은?
"중국산 <원신>의 글로벌 성공과 한국산 <검은사막 M>의 중국시장 참패를 보면, 한국 게임이 중국 진출만 하면 대박 나던 시대는 끝났다고 봅니다."(시장 관계자 A씨)

중국 정부가 1년 6개월 만에 한국 게임에 판호를 발급했다는 소식에 게임주가 강세를 보였다. 판호는 중국에서 게임을 출시하기 위해 받아야 하는 허가증이다. 다만 시장 일각에선 더 이상 한국 게임주가 판호로 인한 수혜를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주가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도 클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한경 마켓PRO가 한국 게임주에 대한 시장의 시각을 블라인드 인터뷰 방식으로 정리했다.

○'자신 있다' 중국이 판호를 열어준 이유

지난해 12월 28일 중국 국가신문출판서는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게임 7종을 포함한 총 44종의 외국산 게임 수입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한국 게임이 판호를 받은 건 2021년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M>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시장에선 이번 판호 발급에 대해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2017년 시작된 한한령 이후 한국 게임에 대해선 극히 제한적으로 판호 발급이 이뤄졌는데, 이번엔 한꺼번에 다양한 게임에 문호를 열어줬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한국 게임의 수출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며 연말 게임주들도 큰 폭으로 올랐다.

그러나 일각에선 중국이 대거 판호를 열어준 의도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 B씨는 "대규모로 판호를 발급해줬다는 건 중국 게임사들에 대한 자신감이 그만큼 올라갔다는 얘기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마켓PRO]"韓게임주, 판호 열려도 어렵다"…시장의 걱정은?
중국 게임사들의 개발력이 올라갔음을 입증하는 대표적 작품이 중국 게임사 호요버스가 만든 <원신(사진)>이다. A씨는 "MMORPG 게임은 스토리를 구상하고 컨텐츠를 개발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게임 이용자가 다음 스토리로 쉽게 못 넘어가게끔 장치를 만드는 식으로 컨텐츠 공급 속도를 조절한다"며 "<원신>을 보면 중국의 경우는 대규모 자본을 통해 투자를 크게 해 6주 마다 컨텐츠를 공급하는 방식을 취한다. 한국 게임사들이 따라가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짚었다.

실제 지난 2021년 호요버스 공동 창립자 겸 CEO인 차이하오위는 원신 업데이트를 지속하기 위해 매년 2억달러(약 2520억원)를 지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출시 전 1억달러(약 1260억원)의 제작비를 들였는데, 제작비의 2배가 되는 금액을 한 게임의 업데이트에만 매년 쓰겠다는 얘기다. 이는 웬만한 한국 게임사들의 한 해 연구개발비에 필적하는 수준이다. 최근 연구개발비를 큰 폭으로 늘리고 있는 대표적인 대형사 엔씨소프트의 경우 작년 총 연구개발비가 4288억원이었다. 한국에서 가장 크고 가장 비용을 많이 지출하는 게임사의 연구개발비 절반이 중국에서는 단 한 게임의 업데이트에만 투자되고 있다는 뜻이다.

○판호 발급의 희소성도 줄었다

판호 발급을 여러 회사에게 한꺼번에 열어주는 것도 게임주 주가 상승 기대감을 낮추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최근까진 극히 제한적인 게임을 대상으로만 판호를 발급해줬기 때문에 그만큼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컸다. 하지만 판호를 발급받는 게임이 더 늘어난다면 더 이상 판호 발급만으로는 주가 상승을 도모하기 어렵다. B씨는 "앞으론 단순히 판호 발급 이벤트에 주가가 움직이긴 어려울 것"이라며 "실제 중국 게임 시장에서 통하는 게임을 만드느냐 여부가 주가 상승의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마켓PRO]"韓게임주, 판호 열려도 어렵다"…시장의 걱정은?
이 부분에서 많은 시장관계자가 의구심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높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중국 시장에서 흥행할 줄 알았던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M>이 사실상 흥행에 실패한 것도 자신감을 낮추는 또 다른 이유다. 펄어비스의 경우 한국의 많은 게임사 중에서도 기술력이 높은 축에 속하는 게임사이기도 하다. B씨는 "한국 게임사들의 기술력이 뒤처진다는 데엔 대부분이 동의하는 사실"이라면서도 "한국 게임사들의 기술력이 딸려도 중국 시장에 흔치 않은 MMORPG 등 장르에서 승부를 보면 괜찮을 것이란 의견과, 결국엔 기술력이 중요하다는 얘기가 부딪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