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자가 만든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주인공은 송태섭
돌아온 북산고 5인방, 뜨거운 코트 위를 다시 누비다
전국 제패를 꿈꾸는 북산고 농구부 5인방이 돌아왔다.

연재가 종료된 지 2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스포츠 만화의 대표 주자로 거론되는 '슬램덩크' 이야기다.

1990년부터 1996년까지 연재되며 전 세계에서 1억2천만 부가 넘는 누적 판매 부수를 기록한 이 작품은 내년 1월 4일 '더 퍼스트 슬램덩크'라는 이름의 애니메이션으로 관객을 찾는다.

1990년대 개봉했던 네 편의 극장판을 비롯해 '슬램덩크'를 스크린에 구현해낸 작품은 많지만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특별한 것은 원작자인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았기 때문이다.

이노우에 감독은 빨간 머리의 강백호가 아닌 '넘버원 가드' 송태섭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원작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북산고와 농구 명문고로 꼽히는 산왕공고의 경기를 다루지만, 영화 속 이야기가 새롭게 다가오는 이유다.

돌아온 북산고 5인방, 뜨거운 코트 위를 다시 누비다
영화는 태섭의 어린 시절에서 시작한다.

그에게 처음 농구의 재미를 알려줬던 형 준섭은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어린 태섭에게 농구는 형의 부재를 잊을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가 된다.

그러나 태섭이 코트 위에 설 때마다 형이 남긴 빨간색 손목 보호대를 착용하는 데서 알 수 있듯 농구는 그가 형을 기억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런 태섭에게 산왕과 대결은 넘어야만 하는 산이다.

그에게 '4년 뒤 농구대회에서 산왕을 물리치겠다'던 형의 목소리는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하지만 상대는 절대 만만치 않다.

일본 고교 농구계의 원톱으로 불리는 정우성. 명실공히 최고의 센터 신현철, 타고난 경기 운용 능력을 갖춘 주장 이명헌 등 에이스로 무장한 산왕은 20점이 넘는 차로 북산을 따돌린다.

과연 북산은 고교 최강팀 산왕을 꺾을 수 있을까.

이노우에 감독은 "송태섭은 연재 당시에도 스토리를 더 그리고 싶은 캐릭터였다"며 송태섭을 이번 영화의 주인공으로 설정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내가 성장하던 시기인 20대 때 연재한 '슬램덩크'는 몸집이 크고 엄청난 능력과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주인공을 다뤘다.

그러나 그로부터 26년이 지난 지금은 아픔을 안고 있거나 아픔을 극복한 존재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돌아온 북산고 5인방, 뜨거운 코트 위를 다시 누비다
물론 강백호가 외치는 "왼손은 거들뿐!", "포기하면 그 순간이 바로 시합 종료"라는 안 선생님, 채치수의 고릴라 덩크슛, 경기가 끝난 뒤 강백호와 서태웅이 나누는 뜨거운 하이 파이브와 같이 원작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할만한 명장면·명대사가 중간중간 등장해 향수를 자극한다.

영상 또한 마찬가지다.

원작자가 연출을 맡은 만큼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마치 만화책에서 막 튀어나온 듯하다.

영화 초반 사각사각 연필 소리와 함께 흰 화면 위에 그려지는 얇은 선들이 모여 만들어진 북산고 5인방이 살아 움직이는 장면은 원작 팬들에게 짙은 뭉클함을 선사한다.

이노우에 특유의 얇은 선이 돋보이는 화풍에 옅은 색이 입혀진 영화는 전반적으로 수채화 같은 느낌이지만 CG로 구현된 선수들의 움직임, 공중에 흩날리는 땀방울, 부드럽게 흔들리는 골대의 그물은 실제처럼 생생하다.

코트 위를 누비는 선수들의 사이사이, 골대 아래 등 다양한 초점으로 경기를 비추는 카메라 워킹은 박진감과 속도감을, 째깍거리는 초시계 소리만 들리는 북산의 마지막 반격 장면은 몰입감을 극도로 끌어올린다.

이노우에 감독은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작품이 돼야 관객이 기뻐할 것이라는 생각에 감독과 각본을 맡게 됐다"며 "새로운 하나의 생명으로 만든 작품이다.

만화와 TV 애니메이션, 영화까지 다양한 '슬램덩크'를 즐겨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돌아온 북산고 5인방, 뜨거운 코트 위를 다시 누비다
내년 1월 4일 개봉. 124분. 12세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