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수사 발달로, 확보해둔 DNA 새 단서 될 수도…"포기않는 의지 중요"
21년전 강도살인 해결한 DNA …대전 다른 미제사건서도 역할하나
올해 8월 대전 둔산동 국민은행 권총 강도살인사건의 피의자가 21년 만에 잡힌 것을 계기로 대전지역 장기 미제 사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9일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이 지속해서 들여다보고 있는 장기 미제 사건은 갈마동 여중생 살인사건(1998년 9월 21일), 갈마동 빌라 여성 살인사건(2005년 10월 28일), 송촌동 개인택시 기사 살인사건(2006년 4월 11일), 자양동 여교사 살인사건(2006년 8월 31일), 법동 아파트 살인사건(2006년 12월 17일)이다.

경찰은 이 가운데 자양동 여교사 살인사건을 제외한 4건에 대해 용의자 추적이 가능한 의미 있는 단서를 확보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수사 중인 가장 오래된 미제 사건은 갈마동 월평산에서 낙엽에 묻힌 채 숨진 상태로 발견된 A 양(당시 14세) 사건이다.

A 양의 사망 원인은 목 졸림에 의한 질식사로, 경찰은 당시 옷 상태로 미뤄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범인을 검거하지는 못했지만, 현장에서 신원미상의 유전자(DNA)를 확보했다.

당시 분석 결과는 해당 DNA에서 혈액형을 특정하는 정도에 그쳤지만, 과학 수사기법의 발전으로 확보된 DNA가 향후 수사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국민은행 강도 살인사건의 경우에도 경찰이 보관 중이던 범인의 손수건에서 뒤늦게 DNA를 확보했다"며 "DNA 분석 기술과 검출 방법이 계속 발전하고 있어 범행 관련 단서를 확보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21년전 강도살인 해결한 DNA …대전 다른 미제사건서도 역할하나
2005년 20대 여성이 갈마동 거주지 안에서 하얀색 부침가루를 뒤집어쓴 채로 사망한 사건과 2006년 대덕구 송촌동에서 50대 택시 기사가 흉기에 수십차례 찔린 채 택시 안에서 발견됐던 살인사건에 대해서도 현장에서 확보한 범행도구 일부와 DNA 등 수사 단서를 확보해 수사를 이어오고 있다.

2006년 12월 벌어진 대덕구 법동 아파트 살인사건은 중년 남성이 노인이 사는 집에 들어가 범행을 저지른 사건으로,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확보해 용의자 추적을 하고 있다.

경찰은 초동 수사 당시 거론됐던 인물들과 피해자 가족, 주변인 등에 대한 수사를 계속해서 이어나가는 것이 사건 해결을 위한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처음에는 미처 점검하지 못했던 수사대상자가 다시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며 "새로운 용의자 특정을 하고 나면 확보한 DNA 등 수사 단서를 통해 비교·대조하며 수사 선상을 설정하고 좁혀나가는 작업을 반복해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관계자들의 진술이 어긋나거나 왜곡되고, 용의자들의 인상착의와 분위기도 달라지는 점 등은 장기 미제 사건의 해결을 어렵게 하는 장애물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없어진데다 과학수사 기법의 발전으로 범위가 넓어진 다각도 수사가 가능해진 만큼 진실 밝히기를 포기하지 않는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장기 미제 사건을 해결한다는 것은 수십 년간 고통받은 피해자 가족들에게는 공권력이 본인들의 피해를 외면하지 않았다는 희망을 주고, 가해자들에게는 '경찰은 끝까지 잡는다'는 경각심을 일깨워 형사정책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강력한 메시지를 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언어나 심리 등 여러 분석 기법의 발전으로 과거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진일보한 수사 기법을 통해 전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새로운 시나리오를 발견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