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선거 무산에 비대위 체제도 다반사
무관심 속 도덕적 해이 겹치며 쇠퇴 가속
'대학 구심점'은 옛말…학생들도 외면하는 총학생회
한때 대학 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한 총학생회가 학생들의 외면 속에 최근 눈에 띄게 쇠퇴하는 조짐을 보인다.

25일 대학가에 따르면 한양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는 이달 15∼23일 총여학생회 폐지 여부를 총투표에 부쳤으나 투표율 미달로 개표조차 하지 못했다.

투표 기간을 두 차례 연장했으나 투표율이 31.51%에 그쳤다.

학칙상 전체 재학생의 과반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으면 해당 안건은 자동 폐기된다.

9년째 궐위 상태인 총여학생회를 정리하자는 취지로 상정됐는데 투표함마저 열지 못하면서 차후 언제 다시 이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지 기약 없는 상황이 됐다.

총학생회 구성 자체에 난항을 겪는 대학도 수두룩하다.

서울대는 지난달 실시한 제63대 총학생회 선거에서 투표율 미달로 기간을 한 주 연장한 끝에 가까스로 회장을 선출했다.

직전 총학생회는 잇단 투표 무산으로 2년 4개월 만에 출범했다.

연세대는 올해 선거가 3번 연속 무산돼 내년까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지속된다.

고려대 역시 최근 3년간 5번의 선거가 무산되고 2번의 비대위를 겪었다.

서강대는 2022∼2023년 1년간, 이화여대는 2021∼2023년 2년간 입후보자 부재 등의 이유로 비대위 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학 구심점'은 옛말…학생들도 외면하는 총학생회
전문가들은 시대 적응력과 의제 선점 능력 등을 의심받으며 시작된 총학생회 퇴조가 코로나19를 계기로 더욱 가속하는 양상이라고 짚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와 달리 학교 시스템이 발달해 학생 복지 문제가 교무처 등의 행정에 의해 해결되는 측면이 많아졌는데, 총학생회가 그런 변화에 적응해 학교와의 관계를 재설정하기보단 '투쟁해서 쟁취한다'는 과거의 모델에 머무르면서 학생들 관심이 떠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구 교수는 이어 "3년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캠퍼스에서의 대면 교류가 줄어든 것도 총학생회 중심의 대학 사회가 위축되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총학생회가 도덕적으로 물의를 빚는 일이 잦았던 것도 학생들 마음이 멀어지는데 일조했다.

서울대에서는 총학생회장 후보들이 2019년 11월과 2020년 4월 각각 포스터 표절 의혹과 선거운동원의 성추행 논란으로 사퇴했다.

고려대에서는 올해 5월 제52대 총학생회장이 성추행 등으로 무기정학 처분을 받아 회장직을 상실했다.

건국대 총학생회 사무총장과 한양대 총학생회 비대위원장은 2018년 학생회비를 횡령해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다만, 총학생회가 학생 권익 향상에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다시 신임을 얻을 수 있도록 독려하는 대학 내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총학생회가 학생들의 관심을 얻지 못하고 부족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대학 생활은 공동체 활동을 경험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그런 공동체의 구심점이 되는 조직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코로나19 위기를 넘어 대면 활동이 조금씩 늘어나는 지금이 총학생회에 기회일 수 있다"며 "대면 공동체 활성화에 대한 학생들의 욕구를 충족하는 역할을 해낸다면 조금씩 관심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대학 구심점'은 옛말…학생들도 외면하는 총학생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