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달과 6번 아이언 그리고 헬륨3
1971년 2월 6일 아폴로 14호로 달에 착륙한 미국 우주비행사 앨런 셰퍼드는 6번 아이언을 꺼내 들었다. 달의 토양을 채취하는 도구 끝에 클럽헤드를 장착한 형태다. 두꺼운 우주복 때문에 그는 오른손만 쓰는 한 손 스윙을 했다. 셰퍼드는 두 차례 ‘뒤땅’을 냈다. 세 번째 시도로 공을 맞혔다. 공은 21m를 날아가는 것에 그쳤다.

아폴로 프로젝트는 과학 실험 임무가 중심이었다. 달에서의 골프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정식으로 승인한 과학 실험이었다. 달의 중력은 지구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제대로 공을 맞히면 최대 비거리가 4㎞에 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아폴로 프로젝트로 12명의 우주비행사가 달에 착륙했다. 이들은 최대 7시간가량 달 표면을 탐사했다. 달의 중력과 우주 대기 환경을 실험했다.

아폴로 프로젝트로 미국은 소련을 제압했다. 미국이 달 탐사에 투입한 총예산은 254억달러에 달했다. 소련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했다. 미국 내에서도 세금 낭비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아폴로 17호를 끝으로 미국의 달 탐사는 중단됐다.

50여 년이 흘러 미국은 달 탐사 계획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아르테미스 1호에 실려 지난달 발사된 우주선 오리온이 달 궤도를 돌고 12일 지구로 귀환했다. 우주선의 기체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이는 신기술 등이 적용됐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핵심은 자원 탐사 및 채굴이다. 달에는 희귀원소 헬륨3를 비롯해 각종 희토류가 풍부하다. 핵융합 발전에 사용되는 헬륨3 1g은 석탄 40t에 달하는 에너지를 갖고 있다. 헬륨3는 지구에서 발견하기 어렵다. 헬륨3 생성에는 태양풍이 필요한데, 지구는 대기가 두껍고 자기장이 강력해 태양풍을 막기 때문이다. 태양풍을 직격으로 받는 달에는 헬륨3가 110만t 이상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유성 파편으로 인해 네오디뮴, 세륨, 란타늄 등도 쌓여 있다.

NASA는 2025년 아르테미스 3호로 2명의 우주비행사를 달에 착륙시킬 계획이다. 이들은 달 남극 지역에서 1주일간 머무르며 자원 탐사 임무를 수행한다. 헬륨3와 희토류를 찾다 보면 언젠간 골프공도 찾아올지 모를 일이다.

김진원 중기과학부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