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주박물관 불교조각실 개편…국보·보물 등 명품 조각 70점 상설전시
역사·전설·정토…천년전 신라인의 꿈이 깃든 불상을 만난다
불교의 힘으로 나라를 지킨다는 생각은 상대적으로 약소국이었던 신라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런 믿음은 일상으로 이어졌다.

신라인들은 부처와 보살상을 보고 희망을 키웠고, 당대 예술가들은 정성을 다해 아름답고, 힘찬 기상이 담긴 불상을 잇달아 만들었다.

천년의 시간을 훌쩍 건너뛴 이런 불상들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국립 경주박물관은 신라미술관 1층에 불교 조각을 주제로 한 새로운 전시실을 12일부터 선보인다고 밝혔다.

불교미술실 등을 개편해 새롭게 선보이는 전시실로, 1년 내내 볼 수 있는 불교 조각 상설전이 이곳에서 열린다.

신라 불교 조각의 정수가 담긴 70점의 유물이 전시된다.

국보 백률사 금동약사여래입상, 보물 남산 장창곡 석조미륵여래삼존상, 월지출토 금동판삼존불상 등이 전시품에 포함됐다.

전시는 신라 불교 조각의 아름다움과 시각적 다채로움이 역사, 전설, 정토라는 개념 위에서 펼쳐지도록 모두 3부로 구성했다.

역사·전설·정토…천년전 신라인의 꿈이 깃든 불상을 만난다
제1부 '신장(神將), 신라와 불법(佛法)을 보호하다'에서는 불교가 나라를 지켜준다는 신라 사람들의 믿음을 반영한 '신장상'을 전시한다.

금강역사, 사천왕, 팔부중 등 다양한 신장상이 보여주는 강렬한 표정과 근육질의 몸, 역동적 자세는 신라를 수호하는 그들의 임무를 잘 보여준다.

석굴암에서 발견된 금강 역사상 단편(얼굴·팔·손)과 천불소탑(千佛小塔)도 함께 전시한다.

제2부 '전설이 된 신라의 부처와 보살'은 부처와 보살이 등장하는 설화를 배경으로 한 신라의 불·보살상을 조명한다.

장창곡 석조미륵여래삼존상, 인왕동 출토 석조불좌상, 경주 남산 용장곡 출토 불두 등에서는 어린아이 같은 친근한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이 가운데 '아기 부처'라는 애칭으로 사랑받는 석조미륵여래삼존상은 전시실 한쪽에 별도 공간을 마련, 집중해서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통일신라 불상의 다양한 양상을 엿볼 수 있는 낭산 출토 석조약사여래좌상과 석조십일면관음보살상도 볼 수 있다.

역사·전설·정토…천년전 신라인의 꿈이 깃든 불상을 만난다
제3부 '약사여래의 정토'는 백률사 금동약사여래입상을 조명한다.

팔각 평면에 돔 천장을 올린 성소(聖所)와 같은 공간을 조성해서 금동약사여래입상만 단독으로 전시한다.

백률사 불상은 180cm에 가까운 크기가 인상적이며 조형적 완성도가 뛰어나 신라 불교 조각을 대표하는 명품으로 꼽힌다.

깨달음과 더불어 청정한 세계를 표상하는 약사여래의 아름다운 모습은 신라 사람들에게 커다란 위안과 안식을 줬다.

박물관은 전시품을 다각도에서 바라봄으로써 조각의 입체성을 잘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전시의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면 위주의 배치 방식에서 벗어나 작품 주변에 충분한 공간을 두어 360도로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고 덧붙였다.

함순섭 국립경주박물관장은 "마치 숲속을 걸어가듯 신라 불교 조각 사이를 누비며 힘차고 온화하고 아름다움을 맘껏 누릴 수 있는 최적의 전시 공간"이라고 불교조각실을 소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