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와 DL이앤씨 등 국내 기업들이 미국 엑스에너지에 지분투자를 하기로 하면서 한·미 소형모듈원전(SMR) 협력이 더 끈끈해지게 됐다. 한·미 정상이 지난 5월 SMR을 비롯한 원전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가운데 미국의 3대 SMR 기업 모두에 국내 기업이 지분투자를 하게 됐기 때문이다. 지분 규모를 고려해 발주하는 경향이 강한 미국 기업의 특성을 감안할 때 한국 기업이 세계 SMR 시장 확대에 대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 SMR 수주에 도움”

[단독] 美 3대 SMR에 지분 투자…韓기업 '630조 시장' 수주 파트너로
미국 정부는 신규 대형 원전 건설은 더 이상 어렵다고 보고 원전 정책을 SMR 위주로 전환했다. 자금 지원과 세제 혜택을 통해 파격 지원에 나섰다. 이 중 미 에너지부의 SMR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된 3개 회사가 뉴스케일파워, 테라파워, 엑스에너지다.

SMR 상용화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기업은 3세대 원전(가압경수로 방식)의 선두주자인 뉴스케일파워다. 미 정부로부터 설계 승인을 획득한 유일한 기업으로 2029년 아이다호주에서 상업운전을 시작하는 게 목표다. 한국은 2019년 두산에너빌리티·웨일인베스트먼트·기업은행 등이 함께 4400만달러를 투자했다. 미국 SMR 기업에 대한 한국 기업의 첫 투자였다. 이후 삼성물산과 GS에너지도 파트너사로 참여했다. 뉴스케일파워의 주기기 제작은 두산에너빌리티가, 설계·조달·시공(EPC)은 삼성물산이, 아시아 지역 개발 사업은 GS에너지가 맡을 전망이다.

테라파워와 엑스에너지는 각각 소듐냉각 방식과 고온가스냉각 방식으로 SMR 상용화를 추진 중인 4세대 SMR의 선두주자다. 테라파워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2008년 설립한 기업으로, SK그룹이 지난 8월 2억5000만달러를, 한국조선해양이 지난 11월 3000만달러를 투자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엑스에너지는 한국 기업들의 이번 1억3000만달러 투자 논의 전인 2021년 8월 주기기 제작설계 용역 계약을 맺었다. 엑스에너지는 두산에너빌리티에 주기기 제작을, DL이앤씨에 EPC와 아시아지역 개발 사업을 맡길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케일파워는 투자액에 비례해 수십 배의 발주를 한 것으로 안다”며 “초기 투자는 한·미 원전 동맹을 강화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단단해진 한·미 SMR 협력

이번 투자로 한·미 간 원전 동맹은 더 끈끈해지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5월 정상회담에서 “원자력 협력을 더욱 확대하고 (원자력) 수출 진흥과 역량 개발 수단을 공동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회복력 있는 원자력 공급망 구축으로 선진 원자로 및 SMR 개발과 전 세계 배치를 가속화할 것”이라며 ‘SMR 동맹’ 의지를 밝혔다.

SMR 시장은 급성장이 예상된다. 영국왕립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SMR 시장은 2035년까지 최대 630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300여 기의 SMR이 전 세계에 설치될 것이란 관측이다.

SMR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지원은 파격적이다. 미 에너지부는 2020년 10월 뉴스케일파워가 짓는 최초의 SMR에 10억4000만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2020년 5월에는 차세대 원자로 개발 프로그램(ARDP)을 통해 엑스에너지와 테라파워의 SMR 실증·투자비 50%를 지원하기로 했다. 엑스에너지에 대한 지원 규모는 총 12억달러에 달한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민간 차원의 한·미 간 SMR 협력은 고무적”이라며 “한국 정부도 탈원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SMR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