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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는 지금
[마켓PRO]발행어음에 파킹한 슈퍼리치 "이익 안나는 종목 손절, 내년 더 어렵다"
'산타 랠리는 없다' 월가와 여의도에 있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의 얘깁니다. 미 연준의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와 잇따라 열리는 FOMC를 앞두고 시장에 적막감이 가득합니다. 다가올 새해에 반등을 기대했던 투자자들도 경기 침체 공포에 몸을 한껏 움츠리는 모양새입니다. 고액자산을 투자하는 슈퍼리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PB(프라이빗뱅커)들은 "올해는 이미 취할 액션을 다 취했다"며 사실상 개점휴업상태에 돌입한 듯합니다. 안전한 발행어음에 자금을 파킹하거나 내년 경기 침체에 대비해 재무재표가 좋지 않은 일부 종목들을 손절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점차 비관적으로 바뀌고 있는 슈퍼리치들의 시각을 마켓PRO가 담아봤습니다.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슈퍼리치들은 요새 어떤 투자를 하고 계신가요?
"대부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내년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진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유휴 자금은 어떻게 활용하고 계시나요?
"여유자금은 발행어음 정도에 넣고 있습니다. 수시물의 경우 금리가 4% 정도 되고 1년물의 경우 5.6% 수준이니까 발행어음에 자금을 넣어놓고 관망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당분간 아예 주식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걸로 보이네요.
"1년짜리 발행어음의 경우 중도 해지를 하더라도 절반의 수익인 2% 후반대 이자를 거둘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발행어음에 자금을 넣어놓고 있다가 언제든 기회가 오면 2%대 금리를 받고 돈을 빼서 액션을 취할 수 있는거죠. 물론 그런 상황이 온다면요"

▶갖고 계신 주식을 정리하는 분들도 있나요?
"이미 이전에 위기감이 높아지자 주식을 우량하지 않은 주식을 정리한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애초에 위험한 종목에 투자를 하지도 않았지만 투자 종목 중에 재무재표가 취약해진 종목들은 떨어내는 과정입니다. 내년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가 계속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영업이익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은 손해를 보더라도 손절해야겠다는 판단입니다"

▶내년 시장 상황을 아주 좋지 않게 보시는 느낌입니다
"아무리봐도 현재 지수 상태가 경기 침체를 반영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과거 경기침체와 S&P500, 코스피의 PER을 비교해보더라도 지금이 조금 높은 수준이거든요. 앞서 말씀드린대로 기업 이익 전망치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지수가 향후에 더떨어지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으로 보입니다"

▶연준이 금리인상 기조를 바꾸는 피봇도 내년에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시나요?
"금리를 계속 올릴수는 없을테니 언젠가 멈추겠죠. 하지만 그게 금리 인하로 전환된다는 것은 다른 얘깁니다. 5%대 금리가 1년 이상 지속될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정도 금리에서 상승세가 꺾였다고 시장이 환호할까요? 현재 IT기업들이 인력감축에 나서고 있다고 하지만 미국의 실업률을 보면 여전히 낮습니다. 피봇을 기대하기에는 섣부른 감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중국의 리오프닝을 기대해보려는 투자자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네 중국의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3년간 억눌렸던 수요가 폭발할 것이란 기대감을 전하는 PB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위드코로나로 전환했을 때 중증 확진자가 급증한다면 그 충격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좋은 시나리오와 안좋은 시나리오 중에 어느 쪽을 더 기대하고 투자하느냐는 선택이겠죠. 저는 후자에 무게감을 두고 있습니다. 설령 리오프닝으로 중국이 살아난다고하더라도 늘어나는 소비만큼 원자재 수요가 폭발할 것이기 때문에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잡기는 더욱 어려울 것입니다"

▶그럼에도 투자는 멈출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상황에서도 사들이는 종목이 있다면요?
"채권이자나 배당금으로 받는 소액으로 우량주를 분할매수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나 맥쿼리인프라 같은 종목입니다. 네이버도 많이 빠졌다고 판단해서 조금씩 적립식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자나 배당으로 생긴 자금만으로 투자를 하기 때문에 투자금액은 크지 않습니다. 시장상황을 지켜보고 판단이 설 때까지 큰 자금을 주식에 투자하진 않을 생각입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