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3년 만에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나서면서 국내 주식시장에서 ‘머니 무브’가 일어나고 있다. 올해 주식시장을 주도한 2차전지, 방산 등 ‘태조이방원’ 테마주가 급락하고 유통, 콘텐츠, 카지노 등 중국 관련주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2차전지 차익실현 물량 쏟아져

'태조이방원'의 시대 가고 중국 소비주로 '머니 무브'
9일 삼성SDI 주가는 6.93% 내린 64만5000원에 마감했다. LG에너지솔루션(-3.01%), LG화학(-6.42%), 엘앤에프(-6.03%) 등도 일제히 하락했다. 핵심 고객사인 테슬라의 생산 감축, 경기 침체에 따른 전기차 판매 감소 우려 등이 겹치면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다는 분석이다.

태양광, 방산, 조선 업종도 약세를 보였다. 한화솔루션현대에너지솔루션은 2%대 낙폭을 기록했다. LIG넥스원(-3.78%), 한국항공우주(-0.54%) 등 방산주도 조정받았다.

반면 중국 관련주는 큰 폭으로 올랐다. 리오프닝에 한한령(한류 제한령) 해제 기대까지 겹치면서다. 이날 CJ ENM스튜디오드래곤은 각각 16.3%, 10.21% 폭등했다. LG생활건강도 6.33% 올랐다. 호텔신라, 파라다이스 등도 최근 한 달 사이 20% 가까이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이 경제활동 재개에 나서면서 중국 관련 기업들의 실적이 본격적으로 회복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행·유통주 상승 여력 충분”

증권업계는 내년 3분기 중국의 해외 관광이 재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증권은 한한령 해제가 이뤄질 경우 2017년부터 금지된 단체관광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면세, 유통, 카지노 관련주는 최근 한 달간 20~30% 올랐지만 상승 여력이 더 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수준까지 주가가 회복할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2019년과 내년 예상 실적을 비교하면 상승 여력이 있는 종목이 아직 많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기간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줄인 업체들은 상승 폭이 더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파라다이스, 호텔신라 등이 대표적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몸집을 가볍게 한 업체들은 ‘영업 레버리지’ 효과가 나타나며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실적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키움증권은 롯데관광개발, JYP엔터, 디어유, 스튜디오드래곤을 최선호주로 제시했다. 제주도에서 카지노와 호텔을 운영하는 롯데관광개발은 내년부터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중국 콘텐츠 시장 진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삼성증권은 호텔신라를 최선호 종목으로 꼽았다. 중국인 관광객 유입을 계기로 비용 감축 효과가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목표가는 이날 종가 대비 19% 높은 9만5000원으로 제시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