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모를 하락장?…5거래일째 떨어진 국제유가 [오늘의 유가 동향]
국제 유가가 5일째 하락하며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1월물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0.55달러(0.76%) 내린 배럴당 71.4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4거래일 동안 9.21달러(11.34%) 떨어진 유가가 이날 또 다시 밀리면서 지난해 12월 23일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내년 2월물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보다 0.72달러(0.93%) 낮은 배럴당 76.45달러에 마감했다.

이날 유가는 장중 한때 급상승세를 보였다. 미 중서부 지역으로 하루 62만2000배럴을 생산·운송하는 캐나다 TC에너지의 키스톤 송유관에서 1만4000배럴 이상의 원유 누출 문제가 발생해 생산이 중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해당 누출량은 미국에서 10년만에 발생한 최대 규모 누출 사고다. 그러나 조만간 복구가 이뤄질 것이라는 소식에 유가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국제 유가가 최근 연중 최저치를 계속 경신하고 있는데,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논의 등에도 불구하고 국제 석유 시장의 약세 심리를 보여주는 분명한 신호"라고 전했다. 내년 경기 침체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수요 위축 우려가 커지고 위험 선호 심리가 후퇴한 점 등이 유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끝모를 하락장?…5거래일째 떨어진 국제유가 [오늘의 유가 동향]
전문가들은 "광범위한 원유 투매세와 미 중앙은행(Fed)의 통화 긴축 강공에 대한 우려 등이 맞물리면서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라는 유가 상방 요인의 긍정적 효과를 상쇄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지난달 수출이 2년 9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하는 등 미중 경제의 적신호에 이어 세계 경제가 금융위기 수준으로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다 전날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발표한 휘발유 등의 재고 증가 소식도 수요 부진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원유 하방 요인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스탠다드차티드는 "최근의 일시적인 약세장에도 불구하고 펀더멘털이 뒷받침되고 있고 심각한 약세 촉매제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석유에 대한 하방 압력은 제한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러시아산 원유 상한제의 경우엔 러시아산 원유의 주요 수입국들이 참여하지 않고 있어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